글로벌 금융위기 회복 과정에서 감춰져 있던 위기의 징후들이 나타나면서 가뜩이나 고물가와 실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의 앞날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올 하반기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자신했던 정부마저 경제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
○ 더블딥 우려로 한국 경제도 먹구름
기획재정부는 9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고용개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소폭 낮아졌으나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지표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경기판단은 지난달 그린북에서 경기와 고용지표들이 모두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1%에 이를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던 한국 경제가 주춤하는 것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무엇보다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다. 6000억 달러에 이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 경기부양책(QE2)이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지만 미국의 주택과 고용시장은 다시 침체에 빠졌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7일 시장의 기대와 달리 추가 경기부양조치(QE3)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자 미국 증시도 연일 하락세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기를 소프트패치(경기 회복 중 일시 침체)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더블딥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본다.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산업생산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물가상승 압력까지 높아지면서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마저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가 급등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최근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펴면서 제조업 생산이 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반면에 물가는 5% 중반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내수 활성화 등 전방위 대응책 마련
정부는 아직 한국 경제가 경기둔화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취업자 증가와 임금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소비 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당초 예상대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둔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금리 및 환율정책과 함께 급격한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외환건전성 강화 등 전방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수출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 활성화 대책과 함께 미국과 중국, 유럽 외에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