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설득, 8조 공사 따냈다
《 “당초 주어진 10분의 면담시간을 훌쩍 넘겨 30분이 지났는데도 막지를 않더군요. 그때 사업 수주를 자신했습니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은 3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최근 이라크에서 따낸 72억5000만 달러(약 7조8300억 원) 규모의 ‘베스미야 신도시’ 사업의 수주 과정을 공개했다. 》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이 3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 위치한 한화건설 본사에서 이라크에서 최근 수주한 72억5000만 달러 규모의 베스미야 신도시 건설 사업의 수주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한화건설 제공
김 부회장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방한한 카밀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국내 기업 7팀과 면담 일정을 잡았다. 팀당 주어진 면담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10m2(약 3평) 남짓한 접견실에 들어선 김 부회장은 총리 앞에 서자마자 준비해간 사업설명 자료를 꺼내들었다.
“설계부터 시공, 건설자재 확보, 자금 조달 등 신도시 건설에 필요한 모든 과정에 적용될 구체적인 사업방안이 담긴 자료들이었습니다. 단계별로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가자 총리가 매우 만족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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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을 보기까지 김 부회장의 전략적 접근도 한몫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2월 민관경협사절단으로 이라크 현지를 방문했다가 주택사업에 주목했다. “중동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사업은 현지 건설사들이 사업권을 따낸 뒤 외국 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수익이 별로 없어 국내 업체들이 외면하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이라크는 오랜 전쟁 탓에 현지 건설사가 거의 없어 주택사업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섰습니다.”
이후 수차례 현지를 오가며 이라크 정부 관리들을 설득했고 이라크 관리들이 국내를 방문하면 인천 남구 고잔동 일대에 238만 m² 규모로 조성 중인 주거단지 ‘한화 에코 메트로’를 헬기에 태워 보여주면서 그들을 우군으로 만들었다. 김 부회장은 “이런 작업들이 밑바탕이 돼 사업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 부회장은 두 달 뒤 본계약을 체결하면 현지에 건설자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국내 자재를 현지로 보내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단지 설계와 자재 공장건설 등 준비작업에만 2년 정도가 걸립니다. 이런 준비과정이 끝나면 2014년부터 매월 2000채씩 5년간 10만 채를 지을 예정입니다.” 김 부회장은 당분간 차질 없는 공사 진행을 위해 앞으로 1년의 절반가량은 이라크에 머물며 사업추진을 독려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이번 수주를 포함해 올해 해외에서만 90억 달러(약 9조7200억 원)를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15년까지 10위권인 한화건설의 국내 시공능력 평가순위를 5위 이내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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