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유럽-日 주한 외국기업 단체장 인터뷰
《 한국에 진출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계 기업단체장들이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 추진방식에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시장경제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고, 동반성장지수도 현실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서울저팬클럽(SJC) 이사장을 만나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3개 단체장을 만난 것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였던 2008년 1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에이미 잭슨 암참 대표는 “동반성장은 정부가 강제할 게 아니라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초과이익공유제는 시장경제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마리 위르티제 EUCCK 회장은 “정치논리로 동반성장지수, 초과이익공유제 같은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아와야 쓰토무(粟谷勉) SJC 이사장은 “기업은 신기술을 개발해 더 많은 이익을 내려고 하는데 그걸 ‘초과이익’으로 부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3개 단체장은 현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정책에는 좋은 점수를 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겼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끝낸 점을 높게 평가했다. 》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대표는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전체적으로 매우 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80점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표.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어 잭슨 대표는 “미국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기업들이 CSR 담당부서를 두기도 하지만 미국 정부는 CSR를 강제하지 않고 독려할 뿐”이라며 “한국의 동반성장 정책도 이와 같이 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한국 정부도 동반성장을 강제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의 독려를 강제로 받아들인다. 이런 얘길 꺼냈더니 잭슨 대표는 “그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서로 의논해 풀어야 할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국 투자를 가로막는 요소로 ‘오해(misper-ception)’와 ‘무지(ignorance)’를 꼽았다. 그는 “상당수 미국인은 한국을 투쟁과 촛불집회의 나라로 여긴다. 미국 주요 신문 1면에 그런 기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투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잭슨 대표는 “한국 내 모든 미국 기업인들은 예외 없이 론스타 이슈를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가 어려울 때 론스타가 큰 위험을 감수하고 외환은행에 투자했지만 현재 그런 점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통해 예전보다 질 좋고 값싼 부품을 대기업에 납품한다고 칩시다. 대기업은 과거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겁니다. 그 이익을 서로 공유하는 게 ‘윈윈’하는 진정한 이익공유 아닐까요.”
장마리 위르티제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회장. 동아일보DB
위르티제 회장은 “우선 ‘초과’의 범위를 정할 수 없다. 독점기업이라면 초과이익을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점상태의 기업만 해도 초과이익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동반성장이라는 정책의 방향성은 맞다”고 평가했다.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고 고용도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르티제 회장은 한국 투자를 막는 요소로 ‘너무 강한 대기업’을 꼽으며 “한국 대기업이 유통채널을 장악하고 있어 외국계 기업이 새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유럽 화장품과 제약에 대한 높은 비관세 장벽 때문에 유럽 기업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와야 쓰토무 서울저팬클럽(SJC) 이사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와야 이사장은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은 적정한 가격으로 협력업체 부품을 사고, 장기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와야 이사장은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기업인의 한국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일본 제조업은 ‘JIT(Just In Time)’ 시스템을 통해 재고(在庫)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대지진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며 “한국에 안정적인 부품 공급처를 두려는 일본 기업인이 많아지고 있어 한일 협력을 강화할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