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소매점에 ‘쩔쩔’ 두 甲을 모시고 살았다”
입사 후 첫 근무지는 밀양시 인근 창녕군의 소매점이었다. 월 목표액은 2000만 원. 데면데면한 사이인 구멍가게 주인들과 친해지는 게 급선무였다. 임 씨는 판매대를 둘러보는 김에 수시로 청소까지 했고, 가게 주인이 이사할 때면 소파나 세탁기를 차에 실어 날라줬다. 차츰 주문량이 늘었다.
재미있게 일하면 실적도 좋은 법. 1년 반 뒤에는 밀양 시내를 맡게 됐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있었고 중형마트도 10곳이 넘었다. 규모로 따지면 창녕군과 비교할 수 없었다. 자연히 타사와의 경쟁도 심했고 월 목표액도 4000만 원으로 높아졌다.
월말 회사에 입금해야 할 목표액을 맞추지 못한 영업사원들은 가게 주인들의 집중공격 대상이었다. 1개에 5000원 하는 ‘자일리톨’ 껌 48개들이 1상자의 정가는 24만 원이다. 본사는 영업사원들에게 정가에서 40% 할인된 14만4000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하지만 가게 주인들은 반값은 기본이고 월말이면 60% 할인된 가격(9만6000원)까지 요구했다.
회사 기준가격을 밑도는 출혈 판매가 계속됐다. 회사 납입금 중 모자라는 부분은 개인 돈으로 메웠다. 장부도 조작했다. 과도하게 할인한 부분을 ‘외상’이라 표시해 수금에서 문제되지 않게끔 만든 것. 해가 지날수록 임 씨가 물어야 하는 돈과 가짜 외상은 늘어났다.
임 씨는 결국 지난해 8월 사표를 냈다. 그러자 롯데제과는 “5079만 원을 갚으라”고 통보했다. 외상으로 허위 표시했던 금액을 모두 합친 것이었다. 임 씨는 “과도한 목표를 맞추기 위해 깎아주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유용(流用)한 것은 1원 한 푼 없다”고 버텼다. 결국 송사로 번졌다.
검찰은 임 씨의 손을 들어 줬다.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은 올해 1월 이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했다. 밀양지청은 “롯데제과에서 정한 기준가격은 회사의 적정한 이윤 보장을 위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정해놓은 가격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영업사원은 염가판매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횡령과 배임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최근 절충안을 내놓은 회사도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부터 각 사업부에 부과하던 영업목표를 없애고 대신 개인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게 했다. 이광호 삼성생명 홍보팀 차장은 “영업목표를 과도하게 잡으면 판매원들이 ‘무조건 다 보장된다’는 식으로 편법을 동원한다”며 “그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목표를 자율적으로 세우게 했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