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과연 ‘인터넷 회선 감청’은 위헌일까? 일부 사람은 감청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지나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감청은 범인 검거를 통한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긍정적인 면과 사생활 침해라는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가 감청을 불허하지는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감청을 통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감청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암호기술을 1990년대까지 통제해 왔으며, 통신 서비스 사업자에게 국가가 원할 때 감청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을 법으로 요구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암호 통신이 이루어진 경우 이를 해독할 수 있는 키를 요구할 권한을 수사기관에 부여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감청을 인정하고 있으며, 불가능한 경우를 최소화하고 있다.
인터넷 회선을 지나가는 패킷 데이터는 음성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각종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포함돼 있어 인터넷 회선 감청을 하면 모든 행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개발되는 많은 서비스에는 암호기술이 자동으로 탑재돼 있어 현실적으로 인터넷 회선 감청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 인터넷 뱅킹, 일부 보안을 강화한 외국계 웹메일과 웹사이트, 가상 사설망 등은 데이터가 암호화되기 때문에 감청을 해도 내용을 파악할 수 없으며, 우려하는 것처럼 모든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인터넷 회선 감청은 동일 회선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의 통신까지 감청하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일반 전화 감청 역시 동일 전화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의 통화 내용이 노출되기 때문에 인터넷 회선 감청과 전화 감청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어 보인다.
통신비밀보호법의 내용을 보면 다른 수단으로는 범죄 사실을 규명할 수 없을 때만 예외적으로 법관의 허가를 득하여 수행할 수 있고, 그것도 목적을 달성하면 즉각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감청 대상과 범위, 방법, 기간을 특정해야 하며 감청으로 알게 된 사실을 누설하면 형사처벌을 하는 등 감청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장치를 두고 있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