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SM 파리 공연… 佛달구는 K팝 열풍“완벽한 ‘미드’에 식상, 감성 자극 ‘한드’에 빠져”
“SM 소속 가수들의 파리 콘서트 티켓이 금세 동났다는 소식에 놀랐다고요? 이곳 사람들이 한국 가요와 드라마를 즐긴 지 한참 됐는데요.”
홍석경 교수(사진)는 프랑스의 한류 열기를 신기해하는 한국 사람들의 반응이 오히려 신기하다고 했다. 홍 교수가 서유럽의 한류 열풍을 감지하고 연구한 지도 3년이 됐다.
홍 교수는 △어떤 사람들이 한류 콘텐츠를 즐기는지 △프랑스 TV에서 방송하지 않는 한드를 어떻게 알고 보는지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다른 나라의 드라마를 왜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이는 문화연구에 관심이 많은 홍 교수의 연구 과제가 됐고 답을 얻기 위해 현지 한류 팬들이 이용하는 프랑스어와 영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 회원들과 교류했다. 또 보르도에 거주하는 한류 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심층인터뷰도 했다.
“프랑스 한류의 뿌리는 일본의 ‘만가(만화)’입니다. 프랑스는 만가의 세계 2위 시장이에요. 1990년대 청소년으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기며 동양문화에 익숙해진 세대가 2000년대 이후 남자들은 게임과 공상과학 중심의 미드로, 여성은 일본 한국 대만의 로맨틱 드라마에 빠져들게 된 거죠.”
소녀시대 윤아
프랑스에는 한드나 케이팝을 방송하는 채널이 없기 때문에 한류 콘텐츠 유통의 경우 인터넷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 세계 한류 팬들은 팬 자막달기팀(팬섭·Fansub)을 조직해 언어 장벽을 넘는다.
한류 팬들이 한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완벽해’ 식상한 미드와 달리 한드는 감정이입이 쉽도록 ‘비어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미드가 복잡한 플롯으로 두뇌 플레이에 의존하는 반면 한드는 감성적으로 접근하죠.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원초적 열망을 자극해 울고 웃으며 빠져들게 한다고 봅니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주인공들이 왜 선을 봐서 결혼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잘생긴 남자가 여자 앞에서는 왜 청소년처럼 수줍어하는지 △초현대식 아파트촌과 욕실도 없는 다세대공동주택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등 ‘한국 특유의 모더니티’를 신기해한다고 홍 교수는 전했다.
“유럽엔 청소년용 대중문화 콘텐츠가 부족해요. 미국의 ‘해리포터’나 ‘뉴문’이 인기 있는 이유죠. 한국 아이돌이 나오는 한드도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가 높습니다. 프랑스의 한류는 금방 지나갈 유행이 아닙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류에 빠져드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프랑스 케이팝 팬클럽 ‘코리안커넥션’ 회원들이 지난해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한국 종교시설에서 여름 캠프를 마치고 찍은 사진(위)과 8일 파리 샹페레 전시장에서 열린 한국문화축제 행사장에서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기념품을 고르고 있는 한류 팬들. 막심 파케 씨 제공·동아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