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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푸는 한방 보따리]야식에 탈난 위장, 기침 부른다

입력 | 2011-05-23 03:00:00


요즘 감기 뒤끝에 기침이 떨어지지 않아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이들은 특히 낮보다는 저녁 잠잘 무렵과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컹컹거리는 기침을 호소한다. 이런 기침을 한의학에서는 ‘식적수(食積嗽)’라 진단한다. 기침의 원인을 폐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위장의 문제로 본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기침의 시간에 따라 원인과 치료법이 다르다. 야간 활동 증가와 밤늦은 시간의 식습관이 식적수 유발 요인이다. 밤늦게까지 치킨에 맥주를 먹거나 라면과 같은 야식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위가 음식물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소화기관에 남아 있던 음식물이 이상 발효로 가스와 열을 발생한다. 이것이 가로막(횡격막)에 압력을 가하여 심장이나 폐의 기능을 압박한다. 심하면 음식물이 역류하여 역류성 식도염이 되거나 역류된 음식물 찌꺼기가 목 쪽으로 올라와 기침과 호흡 곤란을 일으켜 한밤중에 기침을 하는 식적수가 된다.

보통 위장병이 생기면 밥을 먹지 못하게 되지만 식적이 있는 사람은 소화장애를 호소하면서도 잘 먹는다. 평소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하고 밥을 씹지 않고 삼키며 찬물과 찬 음료수를 좋아한다. 얼굴 혈색은 누리끼리하거나 거무튀튀하고 눈 밑이 검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입에서 비린내가 나고, 손바닥이 뜨겁다. 또 밥 먹고 나서 바로 드러눕기를 좋아하고 야간에 배가 고프면 잠을 자지 못한다.

음식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도 식적수에 자주 걸린다. 미열이 지속되면서 잠자기 전에 기침을 하고 새벽녘에 컹컹거리며 쇳소리 나는 기침을 한다. 잠을 자면서 침을 흘린다. 찬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맛있는 것이 있으면 절제할 줄 모르고 과식하는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옛날에도 소아 식적수가 많았는지 다산 정약용 선생이 편찬한 ‘다산소아과비방’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식적수에 대한 치료의 핵심은 기침 위주의 증상이라도 먼저 식적(소화장애)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 입술이 붉고 얼굴색이 누러면서 야간에 기침이 심하면 향귤음(香橘飮), 얼굴이 희면서 쇳소리 나는 기침을 새벽녘에 하면 가미사백산(加味瀉白散)을 쓰면 효과가 좋다. 요즘은 ‘멀티태스킹’ 시대라서 일 휴식 식사 시간이 동시에 돌아간다. 그런데 때에 맞추어 일하고 밥 먹고 잠자면 식적을 예방할 수 있다. ‘때’를 맞추는 것에는 제철에 난 음식을 먹는 것도 포함된다.

오수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