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 계기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제작한 교수학습자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기도 교육이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이 자료가 5·18의 개요와 전개 과정, 의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제시한 ‘읽기 자료’에는 마르크스 혁명론, 식민지 해방운동 등 좌파 이론과 운동을 소개한 글이 실려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옛 소련과 동유럽 등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로 사실상 폐기 처분된 상태다. 이 방식대로 실험에 나섰던 나라의 국민들은 다대한 고통을 겪었다. 그 아류인 북한은 수령(首領)세습독재체제의 지옥이다. 5·18을 가르친다며 철지난 마르크스 혁명론을 어린 학생들에게 읽히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
이 자료에는 마르크스 혁명론과 관련해 ‘자유는 여전히 더 확장돼야 하며 계급 철폐라는 개념에까지 이르게 된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자유의 확장이 (혁명이라는) 폭력적 수단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는 글이 실려 있다. ‘식민지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불평등이 어떤 식으로 식민지 해방운동을 불러일으키는지 수많은 사례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글도 소개했다. 5·18민주화운동은 계급혁명이나 식민지 해방운동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런 글들을 수업에 활용하게 되면 우리 사회를 ‘지배-피지배’의 이분법적 구도로 바라보게 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학생들이 5·18 자체를 잘못 알게 될 가능성도 있다.
계기교육이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특별수업을 갖는 것으로 이번 교육 대상은 경기도 초중고교 2100여 학교의 학생 180만 명에 이른다. 5·18은 한국사 교과서에 이미 반영돼 있다. 교육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규수업에서 배우게 되므로 5·18 계기교육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