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콩죽’… 1시간반 기다리길 잘했네
이탈리아 모데나의 ‘에르메스’ 레스토랑에서 에르메스 아저씨(위 사진 가운데)가 손님들과 활짝 웃고 있다.오른쪽은 ‘파스타 에 파졸리’. 김보연 씨 제공
이탈리아 모데나의 레스토랑 ‘에르메스’를 찾아갈 때가 그랬다. 기차역을 나와 적막한 골목길 모퉁이의 조그마한 식당이었다. 정오쯤인데 이미 자리는 찼는지 가죽점퍼의 이탈리아 멋쟁이들이 잔뜩 줄 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집고 들어가니 만화주인공 ‘뽀로로’를 닮은 아저씨가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쳐다보지도 않기에 쫓아가서 외쳤다.
“저, 혼자 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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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시 15분에 오라는 뜻이었다.
‘뭐, 한 시간 넘게 기다리라고? 그래, 얼마나 맛있나 한번 보자’라는 오기가 생겼다.
1시 반에야 겨우 입장했다. 쌀쌀맞던 ‘뽀로로’ 아저씨는 그제야 친절해졌다. 이 시골까지 와서 밥 한 끼 먹자고 홀로 기다린 까만 눈의 여자가 측은했을까. 이탈리아 남자들이 빽빽이 모여 있는 테이블로 안내해준다.
‘전석 합석 시스템’이다! 빈자리 없이 커다란 테이블에 오는 이마다 끼어 앉는다. 메뉴판도 없이 아저씨가 외치는 두 메뉴 중에서 골라야 한다. 나처럼 오랫동안 기다리던 ‘동지’들이 아저씨 말에 깝죽거리더니 결국 꿀밤을 맞는다. 그러고도 좋다고 웃어댄다. 이 아저씨는 그들에게 학교 앞 밥집 ‘이모’쯤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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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재료로 정성 들여 만드는 맛이다. 이 레스토랑은 새벽에 장 봐온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하고 재료가 떨어지면 바로 문을 닫는다. 오후 3시면 문 닫을 때가 많다.
김보연 푸드칼럼니스트 ‘유럽맛보기’ 저자, pvir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