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패션익스체인지(AFX)에서 미소니(왼쪽)는 젊고 발랄한 작품을 선보였다. 디자인이 과감해진 스와로브스키(오른쪽)와 다채로운 색상의 에뎀(아래)도 눈길을 끌었다. AFX·AFF 제공
에뎀
금융, 관광 등으로 부(富)를 쌓은 싱가포르가 패션으로 눈을 돌렸다. 싱가포르에서 개막해 22일까지 열리는 아시아패션익스체인지(AFX)에서 싱가포르는 ‘서구와 동양의 패션을 잇는 다리’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AFX에서 싱가포르는 이 같은 야망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미소니, 웅가로, 스와로브스키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이고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미국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를 대거 초청해 행사 규모를 키웠다. 이익이 된다면 무엇이든 강력하게 빨아들여온 싱가포르답게 비록 자국 내 패션 콘텐츠는 풍부하지 않지만 해외에서 콘텐츠를 들여와 교류하도록 판을 펼친 것이다.
미소니, “우리는 젊다”
미소니 패션쇼에선 랄프로렌, 베네통 등의 모델로 활동하는 일본인 다오 오카모토 씨가 메인 모델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송경아 씨가 메인 모델로 선정됐다. 싱가포르가 아닌 아시아 다른 국가의 모델을 메인 모델로 선정함으로써 AFX가 ‘아시아의 행사’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싱가포르=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젊은 미소니, 과감한 스와로브스키, 신비한 에뎀▼
미소니 2종 과 에뎀 (오른쪽 순)
스와로브스키
안젤라는 “미소니는 10년 전부터 젊고 신선한 디자인으로 변신을 시작했고, 이런 시도가 성공해 매우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계속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주인) 어머니도 미소니를 입지만 미소니는 젊고 모던한 이미지를 지향한다. 미소니에 대해 나이를 규정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비토리오 회장 역시 “미소니가 더 젊어진 것 같다”는 기자의 평가에 “단연코(Absolutely)!”라고 외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안젤라의 딸인 마르게리타는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유명인사로, 미소니 모델로도 활동하며 미소니를 젊고 활기찬 브랜드로 인식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과감해진 스와로브스키,떠오르는 에뎀
스와로브스키는 14일 열린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한층 과감하고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화려한 작품들은 ‘환상의 날개’란 주제답게 꿈꾸며 날갯짓하듯 조명 아래서 더 빛날 수 있도록 고혹적인 매력을 뿜어냈다. 스와로브스키의 상징인 백조를 연상시키는 의상들이 제품에 우아한 느낌을 더했다. 스와로브스키 패션쇼에서 선보인 일부 의상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네팔계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의 작품이다. 구룽은 미셸 오바마 여사의 드레스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니멀하면서도 곡선미를 살려 리듬감을 준 구룽의 작품은 스와로브스키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캐나다 출신으로 최근 주목받는 디자이너인 에뎀 모랄리오글루가 만든 브랜드 에뎀도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색채로 구성된 작품들은 에뎀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꽃이나 낙엽이 흩날리듯 짙으면서도 무겁지 않은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주목받는 한국 브랜드
주목받는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19일부터 열린 ‘블루프린트’에는 서울시 후원으로 8개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서울을 비롯해 뉴욕, 런던, 베이징, 홍콩 등 전 세계 12개 도시의 120여 개 브랜드가 참석한 블루프린트는 각국 바이어들도 방문해 브랜드를 발굴하는 장(場)이다.
블루프린트에서는 고급 남성복 브랜드 ‘알라니’를 만든 김재환 씨와 남성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비욘드클로젯’의 고태용 씨가 작품을 선보였다. 이도이(브랜드 ‘도이 파리스’), 김재현(‘자뎅 드 슈에트’), 이석태(‘칼 이석태’), 정혁서·배승연(‘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 이보현(‘슈콤마보니’), 홍혜진 씨(‘더 스튜디오 케이’)도 참여했다. 블루프린트의 대변인인 마크 리 싱가포르섬유패션연맹 부회장은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가장 돋보이는 라인업을 선보여 전 세계 바이어들과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일 블루프린트에 참가한 5개 브랜드(비욘드클로젯, 알라니, 자뎅 드 슈에트, 칼 이석태,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와 △그라운드웨이브(디자이너 김선호) △재희신(신재희) △제너럴 아이디어(최범석) △르이(이승희) △재환 리 파리(이재환) 등 모두 10개 브랜드의 작품을 선보이는 ‘서울스 10 솔 나이트’ 행사를 연다. 한국의 패션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풍부한 패션 콘텐츠를 지닌 한국에게 AFX를 통해 보여주는 싱가포르의 행보는 의미심장하다.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패션 콘텐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구와 아시아의 다리’를 자처하며 아시아의 패션 중심지가 되겠다고 포효하고 있다. AFX 주최 측(싱가포르섬유패션연맹, 싱가포르관광청, 머큐리마케팅&커뮤니케이션 등 정부와 민간부문 공동)은 AFX를 ‘싱가포르 패션쇼’라고 말하면 펄쩍 뛴다. 이들은 “싱가포르가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갖진 못했지만 이를 갖춘 이들을 끌어들여 성장하겠다는 싱가포르의 야심 찬 움직임은 한국이 스스로 지닌 강점을 어떻게 살려 나갈지에 대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었다.
▼싱가포르 쇼핑 여기는 꼭▼
하지레인, 홍대 앞 분위기 안시앙 힐, 가로수길 느낌
카페와 클럽, 패션숍이 모여 있는 안시앙 힐. 싱가포르=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예쁜 카페와 클럽, 고급스러운 패션숍을 원한다면 차이나타운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안시앙 힐’로 발길을 돌려 보자. 하지레인이 서울의 홍익대 앞과 비슷한 분위기라면 안시앙 힐은 가로수길과 같은 느낌이 난다. 물론 안시앙 힐 역시 규모는 가로수길에 비해 훨씬 아담하다. 유럽풍 주택을 개조해 가게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는 안시앙 힐은 현지 젊은이들과 싱가포르에 사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 요즘 ‘뜨는’ 곳 중 하나다. 카페가 많고, 패션숍도 꽤 있다. 카페에서 맥주나 차로 목을 축인 뒤 슬슬 걸어다니며 패션숍을 구경하면 된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와 판매하는 가게가 상당수여서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귀여운 액세서리를 구경하면서 차와 조각 케이크를 맛볼 수 있는 가게도 있다. 옥상을 개조해 클럽으로 만든 곳도 여러 군데여서 클럽을 즐기는 이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이국적인 옥상 카페에서 싱가포르의 밤을 만끽할 수 있다.
싱가포르=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