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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송재훈]임산부 폐렴, 신종 전염병 아니다

입력 | 2011-05-18 03:00:00


송재훈 성균관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대한감염학회 부이사장

1993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건강하던 젊은 마라톤 선수가 갑자기 발생한 급성폐렴과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고, 이 환자의 약혼녀도 동일한 증상으로 죽는 일이 발생했다. 조사를 해보니 인근에 유사한 폐렴으로 사망한 사례가 더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와 학계 전문가들은 치밀한 역학조사 과정을 거쳐 이 병이 그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한타바이러스 폐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질병이며 야생 들쥐가 전파하는 것으로 규명했다. 수개월 간에 걸친 조사 과정에서 환자의 보호자는 물론이고 언론과 국민도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활동을 차분히 지켜보며 지원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임산부들에게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하여 사망자가 생겼다는 언론 보도에 임신부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이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환자는 8명으로 7명은 임산부였고 한 명은 43세의 남자 환자다. 관심의 초점은 이 질병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신종 전염병인지, 추가 환자가 더 있는지, 임산부가 과연 특별한 위험군인지, 궁극적으로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등일 것이다.

우선 현재까지 나타난 자료만을 놓고 볼 때에는 이 질병이 공공보건을 위협하는 신종 전염병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 환자들은 서로 역학적인 연관성이 없고 발생 시점이 2, 3월로 현재 2개월여가 경과하였으나 추가 환자가 없으며, 가족이나 의료진 등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 중에 집단 감염의 사례가 없다는 점 등으로 보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같이 강한 전파력을 가진 호흡기 전염병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추가 환자가 더 있는지는 이 증례의 정의(定義)를 분명히 한 후 전국적으로 증례를 수집하는 과정을 거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임상에서 비교적 흔하게 보는 폐 섬유화를 동반하는 급성 중증폐렴과 지금 문제가 되는 질병을 분명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증례에 임산부 7명이 포함된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현 상황에서 분명히 설명할 수 없으나 의학적으로 임신과 연관되어 특이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폐렴은 없다. 이 폐렴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이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폐렴 또는 다른 자극이나 원인에 의한 간질성 폐렴의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에서 바이러스 감염 때 일반적으로 동반되는 발열이나 기타 증상이 없고,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의 기간이 몇 주 이상 된다는 점, 현재까지의 각종 바이러스 검사에서 의심할 만한 병원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바이러스 원인론에 잘 맞지 않는 소견이다. 실제로 급성 폐렴의 30∼50%는 결국 원인균을 확인하지 못한다. 이 중 바이러스가 얼마나 차지하는지는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가 어려워 대개는 알 수 없다.

원인균이 확인되지 않는 폐렴의 경우 임상 양상, 방사선 소견, 미생물 검사 및 기타 검사 소견을 종합해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 등 치료제를 투여하게 된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바이러스 등의 감염성 원인이 아니라 다른 자극이나 원인에 의한 간질성 폐렴의 가능성이다. 이는 추후 폐 조직의 병리검사나 추가 검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 결국 지금 이 상황에서는 유관 전문학회들이 수립하는 증례 정의를 토대로 전국적인 증례 확인 과정을 통하여 역학조사를 해야 하며 질병관리본부와 유관 전문가들이 함께 병리검사나 각종 특수 검사를 통해 원인 규명작업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는 앞으로 몇 주 혹은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으나 이 과정에서 신종 전염병이니 괴질이니 하는 식으로 질병의 정체를 근거 없이 포장하는 것은 반드시 자제해야 한다. 이 질병의 원인과 정체는 전문적인 의학적 검증과정이 끝난 후에야 밝혀질 것이며, 그때까지는 차분하게 보건당국과 전문가의 설명을 믿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스가 유행했을 때 실제 발생한 환자 수보다 공포와 걱정으로 치른 사회적 대가가 훨씬 더 컸던 사실을 기억하는 게 필요하다.

송재훈 성균관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대한감염학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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