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만 보여다오” 낮술도 한밤 출근도 허용
사무실 한가운데에 바닥을 뚫고 자라는 야자수가 놓여 있다. 직원들은 하루 24시간 중 언제든 맘에 드는 시간에 출근한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만드는 사람들의 근무 환경은 무질서해 보였지만 매주 새 서비스를 하나씩 내놓을 정도로 숨 가쁘게 돌아갔다. 샌브루노=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는 구글의 성장엔진으로 대접받는다. 동영상 광고수입이 급증한 반면 설비가격은 떨어지면서 월가의 투자자들은 올해 유튜브가 처음으로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브루노 유튜브 본사를 찾아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톰 피켓 글로벌콘텐츠 담당이사는 “모든 건 사용자 덕분”이라고 말했다.
○ 유튜브는 당신의 TV
캘리포니아 샌브루노의 유튜브 본사 정문.
예를 들어 직접 만든 화장품으로 화장하는 모습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미셸 팬이란 누리꾼은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게 됐다. 셰이칼이란 사람은 자신의 일상을 유튜브에 올리다 인기를 끌어 유튜브에서 나눠 받은 광고수익만으로 주택대출을 모두 갚았다. 인기 가수 저스틴 비버는 유튜브에 노래하는 모습을 올렸다가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렇게 지금 이 순간에도 유튜브에는 1분마다 35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새로 업로드되고, 매일 20억 회 이상의 동영상이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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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입된 새로운 기능이 바로 ‘유튜브 비디오 에디터’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유튜브에 올린 여러 개의 동영상을 모아 한 편의 영화처럼 편집할 수 있고 각종 효과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주로 캠코더나 스마트폰으로 찍는 손수제작물(UCC)의 특성을 감안해 ‘이미지 스태빌라이저’라는 손떨림 제거 기술도 도입했다. 사용자들이 비싸고 어려운 동영상 프로그램을 사지 않아도 유튜브에서 비디오 편집까지 마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 새로운 도전
유튜브 본사는 환경도 독특했다. 암벽 등반을 연습하는 기계가 로비에 있고 건물 지하에는 근무 중 언제라도 들어가 기분을 풀 수 있는 수영장이 있다. 사무실 한가운데에는 화분 없이 바닥을 뚫고 자라나는 야자수들이 있었다. 기자의 방문 시간이 오전 11시였는데 한 직원의 책상 위에는 마시다 만 맥주병이 놓여 있었다.
박현욱 유튜브 글로벌마케팅팀장은 “창의적인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든 한밤중에 출근하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튜브는 독특한 일을 많이 벌인다. 마케팅 차원에서 사용자가 직접 오케스트라의 한 부분을 연주하게 한 뒤 사용자 투표를 거쳐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유명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과 함께 ‘라이프 인 어 데이(Life in a Day)’라는 영화도 찍었다. 세계의 유튜브 사용자들이 2010년 7월 24일 하루 동안 찍은 자신의 일상을 편집해 영화로 만든 것이다.
피켓 이사는 “세상의 모든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누리꾼을 지원해 더욱 수준 높은 영상을 만들도록 돕는 일부터 영화사나 방송국의 전문 영상을 TV와 스마트폰으로 전달하는 역할까지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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