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 국제부
그러나 소녀의 부모는 “입양 사실이 기록으로 남으면 아이가 언젠가 자신이 세상에 잘못 태어났다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며 입양 관련 보도를 강력 반대했다. “설사 입양을 시키더라도 우리가 알아서 조용히 하겠다”고 했다. 소녀의 아픔에 대해 익명으로 기사를 쓰면서 혹시 성(姓)이 비슷한 소녀들이 피해를 볼까 봐 익명 처리할 때 흔히 쓰는 영어 이니셜도 피했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을 씻을 수는 없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입양 대기 중인 아이 30명이 직접 등장해 자기 프로필을 1분가량씩 소개하는 TV 광고를 만들었다. 한국정책방송(KTV)을 시작으로 공중파에서도 이 광고를 방영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인권 침해 논란이 있는 줄 알지만 법률 검토 결과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인도 입양 장려 및 아동 복지 협회(IAPACW)’의 입양 장려 광고. 사진 출처 IAPACW 홈페이지
복지부는 “이미 미국, 영국 등에서 같은 내용의 광고가 등장해 입양 홍보에 성공을 거뒀다”며 광고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입양이 대중화된 서구에서도 이런 광고는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진심으로 궁금하다. 아이들을 자기 홍보로 내모는 TV 광고가 ‘입양하세요. 당신이 평생 줄 수 있는 사랑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인도의 입양 홍보광고)라고 한 줄만 쓴 광고보다 사람들 마음을 더 움직일 수 있다고 복지부는 믿는 것일까.
황규인 국제부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