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급격하게 당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지 민심이 무섭고 권력이 허망하다.” 한나라당의 서울 출신 한 친이(친이명박)계 재선 의원은 4·27 재·보궐선거 패배와 원내대표 경선 이변 이후의 당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집권여당 내의 권력이 급속하게 이동하면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의원들은 말하고 있다. 》
■ 주류 포비아
친이계의 대표적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불과 20여 일 전인 지난달 20일 좌장인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재·보궐선거 지원을 위한 대규모 회합을 했다. 당시 이 장관은 “당의 주류인 우리가 선거를 위해 힘써야 한다”며 주류의 자부심을 강조했다. 그랬던 친이계는 현재 “(당은) 소장파가 알아서 해라. 우리는 이번 전당대회에도 불참할 수 있다”며 발을 빼고 있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경험 없는 신주류가 당을 운영하다가 큰 실수를 저질러 당이 혼란에 빠지면 우리가 다시 나서면 된다”며 기다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11일 ‘새로운 한나라’ 모임을 출범시키며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는 소장파 역시 ‘신주류’라는 표현은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한 소장파 의원은 “소장파는 언제든 당 지도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남아있어야 생명력이 있다. 당의 중심으로 나서는 순간 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소장파 견제
정 전 대표는 “소장파가 말하는 당권의 세대교체론이 당의 단합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장파가 가치교체론을 주장하는데 한나라당의 가치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한나라당이 당헌에 나와 있는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뿐이지, 한나라당의 기본적 가치는 고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소장파의 후원자 역할을 자임하며 당 대표 시절 주요 당직에 소장파를 임명했던 정 전 대표가 이제는 소장파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보수의 기본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소장파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 블랙홀 ‘새한’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은 먼저 ‘가입 문의’를 했다는 후문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직후 지인들과 잇따라 접촉해 ‘새로운 한나라’에 참여할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미 가입한 일부 의원과 성향이 맞지 않지만 ‘새로운 한나라’가 추구하는 방향에 공감해 결국 가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청와대와 각을 세운 주호영 의원도 ‘새로운 정치와 신뢰 회복에 대한 신념’ 등에 공감해 고심 끝에 ‘새로운 한나라’에 합류했다고 한다.
‘새로운 한나라’는 조만간 중립지대에 있는 중진 일부를 추가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는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있다. 남경필 의원은 “새로운 한나라는 누구에게나 문호를 열고 있다. 의지와 신념만 맞으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