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른 고장에 ‘경고’
코레일에 따르면 7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속철도 차량기지에서 운행을 준비 중이던 KTX-산천 2호차를 검수하는 과정에서 모터감속기 고정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이 균열은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여서 모터감속기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었다고 코레일은 설명했다. 모터감속기는 주동력장치(모터블록) 동력을 제어하는 주요 구성장치. 무게가 0.5t으로 고속 주행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면 열차 탈선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코레일은 즉각 KTX-산천 2호차 운행을 중단했다. 다행히 다른 열차에서는 같은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코레일은 KTX-산천 2호차를 비롯해 운행 중인 19편성(대) 전체에 대해 정밀 재점검을 결정했다.
이런 결정에는 그동안 잇따른 고장 및 사고에 대한 코레일 측의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1월 양산차 생산을 시작한 KTX-산천은 시험기간을 거쳐 지난해 3월 정식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1년을 조금 넘긴 이달까지 41차례나 크고 작은 고장을 일으켰다. 올 2월에는 경기 광명역 근처 일직터널 안에서 처음으로 탈선사고가 나기도 했다.
○ 해외 진출 ‘걸림돌’
2500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KTX-산천은 국산화율이 87%에 이른다. 기존 KTX는 프랑스 알스톰사가 현지에서 제작해 들여오거나 국내에서 조립한 열차다. 시속 3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고속철 개발은 KTX-산천이 세계에서 4번째. 한국형임을 알리기 위해 토종 어종인 산천어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기존 KTX가 20량을 고정 편성하는 반면 KTX-산천은 10량을 기본으로 차량을 추가로 연결할 수 있다.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해 경량화한 것도 특징이다.
현대로템은 이런 장점을 내세워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 중인 브라질 미국 등지에 진출을 노리고 있다. 브라질과 미국 고속철도 사업비는 약 190억 달러에 이른다. 그동안 잦은 고장 및 사고 때 코레일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배경이 KTX-산천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