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내대표 황우여의원 선출
악수하는 전현직 원내대표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왼쪽)이 6일 국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김무성 전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과 함께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중립 성향의 황우여 의원이 6일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데는 4·27 재·보궐선거 이후 더는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하는 지금의 한나라당으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생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원들의 절박감이 반영돼 있다. 사실 경선 전에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측근인 안경률 의원이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황 신임 원내대표도 당선 소감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여서 소감을 글로 마련한 건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변화에 둔감하다는 소리를 들어온 ‘웰빙당’에서 “이대로는 다 죽는다”는 자각이 친이 주류와 청와대를 겨냥한 ‘일대 반란’을 만들어낸 것이다.
○ 친이계의 분열 이탈 vs 친박계 소장파의 표 결집
이날 경선 투표 결과를 분석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SD)계와 이재오 특임장관계가 갈라졌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과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은 황 신임 원내대표에게 몰표를 던졌다.
1차 투표에선 총 159표 중 황우여-이주영 후보(64표)와 안경률-진영 후보(58표)의 지지세가 팽팽했다. SD계로 분류되는 이병석-박진 후보는 1차 투표에서 33표만 얻는 데 그쳤다.
2차 투표는 이-박 후보의 33표가 황-이 후보와 안-진 후보 중 어디로 갈지가 관건이었다. 투표장 안팎에서는 “SD 표는 같은 친이계인 안-진 후보에게 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총 157표 중 황-이 후보는 1차 투표보다 26표를 더 보탠 90표를 얻었고, 안-진 후보는 1차 투표에서 6표를 더해 64표를 얻는 데 그쳤다. 개표를 지켜보는 의원들 입에서 “어∼” 하는 탄성이 나왔다. 일부 의원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친SD 성향의 33표 중 대부분이 “이재오의 안경률보다는 차라리 중립의 황우여가 낫다”며 황-이 후보에게 쏠린 것이다. 한묶음인 줄 알았던 친이계 내부에서 이탈표가 나온 셈이다.
○ “변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이재오계 의원들은 당분간 몸을 낮추며 당내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가 추진하던 개헌 논의도 상당 기간 수면 아래 잠길 가능성이 커졌다. 당 안팎에선 이날 선거 이후 이재오 장관의 역할도 이전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사실상 2선 후퇴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반대로 친이계의 대오 유지를 위해 오히려 이 장관이 당 복귀를 서두르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 당청 관계 변화 불가피할 듯
황 원내대표 체제 출범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서민 친화적 경제정책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당 운영이나 당청 관계가 지금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도권 및 소장파 의원들이 당정청 쇄신, 국민공천제 도입 등을 실천할 수 있는 창구로 황 원내대표를 대거 지지한 만큼 ‘새로운 당 운영’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 20여 명은 이날 선거 직후 모임의 출범을 선언하고 향후 당 개혁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태근 의원은 모임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에 동의하는 의원이 많은 만큼 추가 논의를 거쳐 모임의 외연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황 원내대표를 전폭 지지한 친박 의원들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당 공식 운영에서 얼마나 제 소리를 낼지도 관심이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순방을 마치고 8일 귀국하는 대로 친박계 의원들의 구체적인 행보가 조율될 것이라고 친박 의원들은 전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