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에겐 엄마도 친구도 없어요… 하지만 하나도 외롭지 않아요천사같은 선생님이 있으니까요”
3일 전남 신안군 지도초등학교 선치분교에서 이 학교의 유일한 학생인 신민아 양이 선생님(이은주 교사) 머리에 유채꽃을 꽂아주고 있다. 내년이면 근무기간이 끝나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는 이 교사의 바람은 민아에게 많은 친구와 좋은 엄마가 생기는 것이다. 선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아! 선생님이다.”
승용차에서 내린 선생님이 “민아야 늦어서 미안해”라며 웃자 덥석 품에 안겼다. 민아는 전남 목포시에서 50여 km 떨어진 지도초등학교 선치분교에 다닌다. 선치분교는 학생이 2학년 민아 혼자뿐인 ‘나 홀로 학교’다. 민아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올해 교사생활 4년째인 이은주 씨(29·여). 아빠와 단둘이 사는 민아는 선생님이 엄마나 다름없다. 섬에 친구 한 명 없는 민아는 5일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선생님 손을 잡고 뭍에 나가 마음껏 동심의 나래를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들꽃 닮은 섬마을 아이
이은주 선생님이 민아를 위해 쓴 시 ‘이른 아침’이 민아가 다니는 학교 복도에 걸려 있다. 선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지난해 어린이날 민아는 이 교사 부모가 사는 광주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뮤지컬 공연을 봤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왔지만 민아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엄마 같은 선생님이 곁에 있어서였을까. 민아는 올해도 선생님이 뭘 보여주실지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민아는 들꽃을 좋아한다. 분교를 찾은 이날 민아는 이 교사가 관사에서 점심상을 차리는 사이 어디선가 이름모를 노란 꽃을 한 움큼 꺾어 선생님에게 내밀었다. 지난해 스승의 날에는 들꽃을 은박지로 예쁘게 싸 교단에 가져다 놓았다. 미혼인 이 교사는 본교에서 2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3월 분교로 왔다. 이 교사는 “섬에 또래 아이들이 없다 보니 꽃이 친구가 된 것 같다”며 “며칠 전에는 민아가 하도 졸라 학교 뒷산에 올라 꽃구경하며 반나절을 보냈다”고 귀띔했다.
민아 아빠(44)는 바다 일을 한다. 민아가 네 살 때 부인과 이혼하고 섬에 들어왔다. 봄과 가을에는 낙지, 여름에는 장어를 잡고 겨울에는 김 양식장 일에 매달리다 보니 민아를 돌볼 시간이 많지 않다. 민아는 오전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 무릎에 앉아 컴퓨터를 익힌다. 장구와 영어도 함께 배우고 있다. 이 교사는 가끔 민아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준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민아를 유도 도복 띠로 묶고 달린다. 또래보다 몸이 왜소한 민아가 혹시나 떨어져 다치지 않을까 염려해서다. 이 교사는 유도 공인 4단이다. 민아는 아빠가 뭍에 나갔다가 배를 타지 못하면 관사에서 선생님과 함께 잠을 잔다. 이 교사는 “칭얼대다가도 꼭 껴안아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코를 골며 자는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말했다.
○“민아에게 친구가 돼주세요”
선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