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가 제2선생님”… 섬마을 아이들 IT로 날다
《 선생님이 칠판에 ‘인구정책에 대해 알아보자’라고 쓴 뒤 말했다. “태블릿PC를 이용해 시대별 인구정책 포스터를 알아보고 공책에 정리하세요.” 그러자 학생들은 거침없이 가방에서 태블릿PC를 꺼내 ‘saryang3’ 라는 와이파이(Wi-Fi)망에서 인터넷에 접속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시대별 인구정책 포스터’라고 입력하자 1960년대 이후 인구정책 포스터가 줄줄이 나왔다. 학생들은 저마다 “찾았다. 여기 있어. 여기!”라고 외치며 포스터 문구를 공책에 옮겨 적었다. ‘적게 낳아 잘 기르면 부모 좋아 자식 좋아’…. 》
지난달 29일 경남 통영시 사량도 사량초등학교 학생들이 LG유플러스의 ‘에듀탭’을 들고 수업을 받고 있다. 이 학교 전교생 32명은 에듀탭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정보검색을 하고 EBS 강의도 내려받는다. LG유플러스 제공
6학년 학생 8명 중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학생은 4명. 그마저도 다 피처폰이다. 하지만 전교생 32명이 모두 태블릿PC로 수업을 한다. 스마트폰을 건너 뛴 채 태블릿PC를 사용하는 스마트기기 ‘월반’ 학생들이다.
○ 섬마을 교실의 달라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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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한 교사가 “지원금으로 EBS강의 등 각종 교육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혹은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는 ‘에듀탭’을 사자”고 건의했다. 이 아이디어는 그대로 채택됐고, 학교는 이 소식을 판매처인 LG유플러스에 전달했다. 회사 측도 좋은 뜻이라며 시중가보다 싼값으로 제품을 제공했다.
태블릿PC를 활용한 뒤 수업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6학년을 맡고 있는 정수현 교사(36)는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동안엔 수동적으로 지켜보기만 했지만 손과 귀를 이용해 직접 참여하는 수업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문제 해결능력도 향상됐다. 정 교사는 “전에는 학생들이 잘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침묵으로 일관했는데 이제는 ‘잠깐만요’라고 한 뒤 인터넷으로 찾는다”며 “다가올 중간고사에서 학생들이 어떤 성적을 올릴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태블릿PC는 섬마을 아이들의 정보격차 해소에도 일조하고 있다. 장이슬 양(10)은 에듀탭을 받고 난 후 가수 ‘빅뱅’의 노래를 언제나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장 양은 집 PC가 고장 나 친구들 휴대전화 벨소리로 노래를 들어야 했다. 이제 학교에서 와이파이로 노래를 내려받아 간다.
○ 더 나은 네트워크 환경이 필요
하지만 사량초등학교의 인터넷 접속환경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에듀탭은 3세대(3G) 이동통신망을 지원하지 않고 와이파이에서만 쓸 수 있는데 학교 와이파이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전에는 여학생들이, 오후에는 남학생들이 번갈아가며 EBS 강의를 내려받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안 LG유플러스는 6월 말까지 네트워크 환경을 초당 100메가비트(Mbps)급 수준으로 증설해줄 예정이다. 6월이면 섬마을 아이들도 학교에서 초고속인터넷으로 각종 교육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내려받은 뒤 집에 가져가 서울지역 유명 선생님들의 과외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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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