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끝이 좋아도 감독은 초반 부진이 달가울 리 없다. 게다가 KCC는 하승진 전태풍 등 여러 스타와 주전에 버금가는 호화 후보 선수를 갖춘 팀이다. 우수한 전력을 지녔기에 좋은 성적이 당연한 거 아니냐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지도자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허재 KCC 감독은 당장의 성적이나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팀을 운영했다. 2010∼2011시즌 초 팀의 핵심 선수인 센터 하승진이 광저우 아시아경기 국가대표로 차출됐다. 전태풍은 부상을 당했고 강병현 임재현 추승균 등도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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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독은 슬로 리더십(Slow Leadership)의 요체를 잘 이해하고 있는 리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슬로 리더십은 미국 우드버리대의 안드레 반 니어커크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다. 조직원들이 단기 성과, 유행, 주변 여건 등에 휘둘리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리더십을 말한다.
리더가 일부러 행동이나 의사결정의 속도를 늦춘다는 뜻이 아니다. 조직이 속도를 내야 할 때와 쉬어갈 때가 언제인지를 잘 구분하고, 이 완급 조절을 통해 조직의 성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당장의 1승을 위해 아픈 선수를 기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성적이 좋아질지 몰라도 해당 선수의 부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러면 가장 필요할 때 그 선수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아픈 자신을 무리하게 기용하는 감독을 진심으로 따르고 충성할 선수도 많지 않다.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 속도는 모든 조직의 주요 경쟁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속도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빠르다고 해서 언제나 남보다 앞서가는 건 아니다. 조슬린 데이비스와 톰 애킨슨은 2010년 5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기고문에서 적절한 감속 후 속도를 낼 줄 아는 기업이 무조건 속도만 추구하는 기업보다 3년 평균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40%, 52%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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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기자.
과속 운전이 교통사고로 이어지듯 조직의 과속 경영 또한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술 먹다 죽은 사람은 봤어도 일하다 죽은 사람은 못 봤다”는 말을 하는 리더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이해하는 리더가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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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손쓸 도리없이 망가진삶은 이제 그만 연구하고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는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먼 교수가 1998년 미국 심리학회 학술대회에서 한 말이다. 셀리그먼 교수가 주창한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성장,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긍정적 강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접근으로 등장한 개념이 바로 긍정심리자본이다. 금융자본, 인적자본, 사회적자본 등이 가치 창출에 큰 역할을 하는 것처럼 긍정 심리는 개인과 조직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긍정심리와 관련한 이론 및 기업의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Harvard Business Review
최고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경쟁 우위를 강화하기 위해 직원 데이터 분석과 관련한 매우 정교한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구글, 베스트바이, 시스코 같은 선도 기업들은 정교한 인재 관련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통해 자사가 보유한 인력으로부터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감이나 직관에 따른 추정이 아닌 분석적 인사관리를 적극 활용한다. 수준 높은 인재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전사적 차원에서 이를 활용한 다. 분석 담당 리더에게 힘을 실어주고, 경험이 풍부한 분석가를 동원한다. 인재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하는 6가지 방법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