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이없네
▷이토는 이 책들을 한일 관계사 연구용으로 일본에 가져갔다. 국내 학자들은 이토의 도서 반출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행방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었다. 일본 정부가 우리 측이 당초 요구했던 조선왕실의궤에다 이토 반출 도서까지 포함시켜 한국에 넘겨주기로 한 것에 대해 국내 학자들은 “일본 정부 나름대로 한반도 유래 도서 문제를 이번에 마무리 지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풀이한다. 우리가 잘 몰랐던 책까지도 일본 정부가 되돌려주겠다고 내놓은 것에 대해 관련 학계에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프랑스가 우리의 반환 요구 20년 만에 대여 형식으로 되돌려준 외규장각 도서의 경우 박병선 씨가 1975년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책을 처음 발견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누구도 그 존재를 몰랐다. 일본 궁내청 도서들도 2001년 국내 서지학자들이 3년 동안의 노력 끝에 찾아내 유출 사실이 국내에 알려졌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이토 반출 도서를 내놓으려 하지 않았더라면 반환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해외 어느 곳에 우리 문화재가 있는지 정확한 파악과 조사에 나서야 한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