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의 타타대우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식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는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은 ‘느긋함’” 이라고 강조했다. 타타대우상용차 제공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된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대기업을 제외한 한국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인도 진출 사례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해답을 듣기 위해 찾은 김종식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CEO)는 “CEPA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인도의 ‘국민기업’ 타타그룹의 타타자동차가 대우자동차의 상용차 부문을 인수하면서 탄생한 국내 2위의 대형트럭 메이커 타타대우상용차의 대표이사 사장직을 2009년 10월부터 맡고 있다. 인도 기업이 내세운 한국인 CEO로서 한-인도 CEPA 발효와 함께 지난해 1월 출범한 주한 인도상공회의소 초대 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가 말하는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 비법은 뭘까.
철저한 현지화도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 비법으로 꼽았다. 인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LG전자의 ‘크리켓 TV’ 역시 인도인이 열광하는 국민 스포츠 크리켓을 TV 리모컨으로 할 수 있도록 한 작은 아이디어에서 나왔다는 것. 그는 “성격이 급한 한국인에게 맞는 ‘커피믹스’가 성공한 것처럼 인도에서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디어는 현지인의 눈높이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일수록 인도 진출 전 철저한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 후 성과가 늦게 나오는 인도 시장의 특성상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미련하리만치 긴 사전조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중소기업들에 “저가 시장보다는 고급 명품 시장을 지향하라”고도 조언했다. 인도 현지 기업, 중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극빈층보다는 우수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움으로 상위 소비층을 공략하라는 것.
그에게 이렇게 까다로운 인도 시장에 꼭 진출해야 하느냐는 ‘우문’을 던졌다. 그는 “글로벌 기업이 12억 인구의 인도를 포기하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미 판이 짜인 중국보다 이제 막 기회가 열리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성공하는 한국인이 곧 나왔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