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취향 멜로물 ‘통증’ 촬영현장“미묘한 감정 변화 담으려 필름 사용”
영화 ‘통증’의 연출을 맡은 곽경택 감독(왼쪽)이 주연배우 권상우에게 오토바이에 치이는 연기의 동선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제작진은 이날 3시간 넘게 이어진 촬영으로 두 장면을 찍었다. ‘남순’ 역의 권상우가 오토바이에 치이는 장면과 여자 주인공 ‘동현’ 역의 정려원이 옷가게에서 남자친구 남순의 티셔츠를 고르는 신이었다.
오토바이 사고 장면 촬영은 4번의 리허설 끝에 시작됐다. 곽 감독은 첫 번째 리허설 뒤 고개를 갸우뚱하며 “오토바이는 지금 속도의 절반으로, 남순이는 지금의 1.5배 속도로 걸어 와”라고 지시했다. 같은 연기를 세 번 반복한 후에야 곽 감독은 “오케이” 사인을 냈고, 그제야 권상우는 자리에 앉아 물을 들이켰다.
‘친구’ ‘태풍’ 등 남성 취향의 대작을 연출해온 곽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여성 취향의 로맨스에 처음 도전한다. 주진모, 박시연 주연의 ‘사랑’(2007년)도 조직폭력배 보스의 여인이 된 첫사랑을 보호하는 남자의 순애보를 그렸지만 거친 조폭 세계의 묘사가 주를 이뤘다.
곽 감독은 “30대에는 사랑이 쑥스러웠지만, 40대 중반이 되니 인생에서 사랑이 중요한 감정이 됐다”며 “여성 취향의 영화는 디테일이 살아있고 작은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이 점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려원은 “곽 감독은 섬세한 연출자다. 대사 중 ‘은, 는, 를’ 같은 조사 하나 바꾸는 것도 싫어하는 완벽주의자”라고 귀띔했다.
영화는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필름카메라로 찍는다. 곽 감독은 “요즘 대세인 디지털카메라는 전자적 반응을 담는 도구지만, 필름 카메라는 빛의 변화를 통한 화학적 반응을 담아낸다. 멜로영화는 배우들 간의 화학적 반응이 중요한데, 이걸 담기 위해 필름 카메라를 쓴다”고 했다.
제작비는 35억 원. 곽 감독의 ‘스케일’로는 다소 적은 듯하다. 대작을 위해 ‘큰 칼’을 쓰던 곽 감독이 감성의 ‘작은 칼’로 어떻게 영화를 빚어내는지 8월 말 개봉되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