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덜 내려 취업 속인 부유층 1114명에 73억원 환수
택시. 동아일보DB
2009년 6월 건보공단이 그를 ‘위장취업자’로 의심했다. 그는 건보공단 직원들에게 “택시회사 홍보대사로 일한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직원들이 ‘매일 택시회사에 나가느냐’고 묻자 위장취업임을 실토하고 6개월 치 보험료 258만 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한 달 후 장인이 임원으로 있는 에너지 회사에서 월 보수 84만 원을 받고 일한다고 신고해 또다시 보험료 줄이기를 시도했다. 그의 행동은 따뜻하고 신사다운 이미지와는 딴판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지역가입자에서 직장가입자로 변경한 뒤 보험료를 크게 줄인 ‘직역 변동’이 가장 많다. 소비자용품 수리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60)는 연 임대소득이 8억 원이고 토지, 대형 자동차 등 재산이 10억 원이다. 그는 월 140만 원의 보험료 납부 대상자였지만 지인의 회사에 위장취업해 월 5만 원의 보험료만 내다 지난해 적발됐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자마자 저소득 직장가입자로 신고하는 사람도 있다. 김모 씨(43·여)는 2009년 5월 임대소득 2억5000만 원이 생겨 남편의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탈락하자 석 달 뒤 지인의 전기 설비 회사에 취업했다고 신고했다. 그가 내야 하는 보험료는 29만 원에서 2만6000원으로 줄었다.
위장취업한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는 정상으로 납부했어야 할 액수의 평균 20% 미만이었다. 김필권 건보공단 자격부과실장은 “위장취업한 가입자들이 원래 내야 하는 보험료와 실제 납부한 보험료의 차이는 매우 크다”며 “위장취업의 기준을 더 깐깐하게 만들면 환수 금액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제도로는 위장취업으로 판명돼도 덜 낸 보험료를 납부하면 그만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승용 의원(민주당)은 “악의적 위장취업자에게는 과징금을 물리는 등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