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공사 3년만에 20일 개관
20일 준공하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서 퇴계 16대 종손 이근필 옹(왼쪽)과 김병일 수련원 이사장(한국국학진흥원장)이 퇴계 선생이 다녔던 산길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동=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14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퇴계 이황(1501∼1570) 종택 뒷산.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66·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동행한 퇴계의 16대 종손 이근필 옹(80·전 초등학교 교장)과 종택에서 도산서당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퇴계 선생께서 나지막한 이 산을 넘어 다니며 나라와 학문을 생각하셨겠죠. 그분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 있어 수련생에게 아주 좋은 공부가 되겠습니다.” 이 옹은 공수(拱手·두 손을 포개 잡고 공경의 예를 갖춤)한 채 물끄러미 도산을 바라보았다. 종택에서 도산(陶山)서원까지 산길을 걸어가면 40분가량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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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련원은 퇴계 탄생 500주년인 2001년 싹을 틔웠다. 퇴계가 주창한 ‘공경하는 마음을 통한 선비정신’을 널리 공유하기 위해 뜻을 모아 설립해 다음 해 7월부터 선비문화 연수를 시작했다. 퇴계의 위폐를 모신 도산서원 안 상덕사를 400여 년 만에 여성에게 개방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동안 수련원은 전용공간도 없이 도산서원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떨어진 한국국학진흥원 시설 일부를 빌려 선비문화 연수를 시켰다. 2002년 224명이던 수련생은 매년 꾸준히 늘어 2005년에는 1030명, 2008년 390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는 1만2300여 명이 참가했다. 수련생도 초기에는 교사와 학생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기업 직원과 공무원 등으로 다양해졌다. 지금까지 500여 차례에 걸쳐 3만400여 명이 선비문화를 체험했다. 수련생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용수련원을 짓자는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특히 기업 직원 연수가 부쩍 늘었다. 아시아 1위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신입사원 연수의 핵심 프로그램을 선비문화로 정했을 정도다.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인천공항이 지구촌 대표 공항으로 튼튼하게 뿌리내리려면 모든 직원이 공경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는 선비정신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직원들을 꾸준히 선비문화수련원에 보내 연수를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종택을 찾은 류계령 씨(60·여·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는 “사회에 서로 공경하는 마음이 자꾸 퇴보하는 느낌인데 이런 수련원을 통해 공경하는 마음이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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