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상, 김만식 포털아트 제공
그 사람은 한때 ‘노래하는 꽃마차’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노래 가사를 엄청 많이 암기하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의 신청곡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많은 노래를 부를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야유회를 가거나 등산을 가거나 여행을 가면 인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노래방이 생긴 뒤로 그의 독보적 존재성은 빛을 잃고 그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노래방 문화가 안방 문화처럼 익숙해지는 동안 그도 변해 노래방 기기가 없는 곳에서는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박자와 음정, 그리고 가사까지 모조리 챙겨주는 노래방 기기의 만능성에 젖어 이제 그는 노래방이 아닌 곳에서는 가사도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 사람은 한때 펜팔 마니아였습니다. 여러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오직 그것을 낙으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밤을 낮 삼고 낮을 밤 삼아 정성들여 종이편지를 써서 사람들과 교신하는 일을 삶의 보람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이 열리고 e메일이 생긴 뒤부터 그것도 시들해져 이제는 누구와도 편지를 주고받지 않습니다. 전화를 걸거나 e메일을 쓰는 일도 귀찮아 스마트폰 문자를 이용하고 문자를 찍는 것도 귀찮아 축약어나 이모티콘으로 감정 표현을 대신합니다.
그 사람은 앉으나 서나 차를 타거나 길을 걷거나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다닙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오직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와 내용에만 눈과 귀를 할애합니다. 세상과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끊고 ‘스마트 고치’ 속으로 들어간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기억할 필요 없고 아무것도 사유할 필요 없고 아무것에도 구애받을 필요 없는 스마트 월드에서 그는 혼자인 것처럼 살아갑니다. 타인과의 교류를 짜증스러워하고 타인과의 공존을 부담스러워하며 그는 기계에 의한, 기계를 위한, 기계적 인간이 되어 갑니다. 스스로 존재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존재하는 삶의 소유자,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