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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영문본도 내용 오류”

입력 | 2011-04-14 03:00:00

“단서 빠뜨려 DHL 국내 배달사업 허용할 판”
공청회서 나온 주장에 정부 “분쟁 소지 없다”




번역 오류가 발견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한국어본뿐 아니라 영문본에도 국내법과 모순되는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1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제기됐다.

이날 외통위 법안심사소위가 주최한 미니 공청회에서 야당 측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송기호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현재 일부를 제외하곤 우편배달 업무를 우체국이 독점하고 있는데 영문본에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한-EU FTA 협정문의 영문본에 따르면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민간회사의 우편배달 서비스를 허용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EU FTA 협정문 영문본에는 민간 회사에 허용하는 상업용 서류 배달 서비스를 △화물에 첨부하는 봉하지 아니한 첨장 또는 송장 △수출입에 관한 서류 △외자 또는 기술 도입에 관한 서류 △외국환 또는 외국환에 관한 서류 등 4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우편법 시행령 3조와 비교하면 위의 4가지 조건 중 ‘화물에 첨부하는 봉하지 아니한 첨장 또는 송장’만 일치하고 나머지 3가지 조건 앞에는 모두 ‘외국과 수발하는(주고받는)’이라는 수식어가 시행령에 들어가 있다. 즉 외국과 주고받는 서류에 한해 예외가 인정된다는 뜻이다. 또 시행령에는 △국내에서 회사의 본점과 지점 간 또는 지점 상호간에 수발하는 우편물로서 발송 후 12시간 이내에 배달이 요구되는 상업용 서류라는 조항도 있지만 영문본에선 이 부분이 아예 빠져 있다. 송 변호사는 “이 경우 DHL, UPS 등의 민간 우편 회사도 현행법상 우정사업본부가 독점하고 있는 배달 업무를 일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영문본에서는 ‘allows(허용한다)’로 현재형을 쓰고 있는데 이는 현행법상 허용되는 민간 회사의 우편배달 업무를 몇 가지 예로 들어 설명한다는 의미라는 얘기다. 만약 송 변호사의 주장처럼 법적인 효력이 있는 예외 업무를 제시한 것이라면 협정문에서는 ‘shall allow(허용해야 한다)’라고 표현된다는 것. 이태호 FTA정책국장은 “협정문 영문본에 ‘민간 회사에 허용되는 우편 업무는 우편법 시행령 3조에 의한다’라고 적시해 법적으로 분쟁의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재검독 작업을 하고 있는 한미 FTA 한국어본의 번역 오류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군복무자를 병역의무자로, 펀드 사무관리를 사무관리로, 금융기관에 대한 시장 접근을 국경 간 무역으로, 한국 국적을 국적으로만 해석하는 등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며 “대부분은 한-EU FTA 번역 오류 형태와 비슷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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