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4연패 이끈 가빈 “내년 어디서 뛸지 좀 더 생각… 세계적 리그서 날 평가해보고 싶어”
《“웨이트트레이닝을 끝내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11일 경기 용인시 삼성생명 휴먼센터 내 삼성화재 프로배구단 숙소.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가빈 슈미트(25)는 체력 단련 중이었다. 그는 9일 우승이 확정된 뒤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거르지 않고 있다. 이제 좀 쉬어도 되지 않느냐고 묻자 “직업상 자기 관리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소에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가빈의 입에서 나온 농담. “마약, 술, 섹스.”코트에서는 더없이 진지한 그이지만 평상시에는 장난기 넘치는 청년이다. 사진을 찍기위해 테이블에 누워 달라고 하자 두 손을 다소곳이 모아턱에 가져가며 귀여운 포즈를취하기도 했다.용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올 시즌 프로배구 최고 화제 인물은 가빈이었다. 삼성화재는 시즌 초반 최하위에서 정규시즌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챔피언결정전에서 4연승으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포스트시즌 9승 1패. 특유의 조직력도 있었지만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가빈의 활약은 절대적이었다.
그가 인터뷰 중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가빈화재’란 말이다. 그에게 무조건 토스를 하는 일명 ‘몰빵’ 배구. 지금까지 수차례 그런 질문을 받은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삼성화재 배구의 장점은 조직력이다. 많은 사람이 나 혼자서 했다고 하는데 배구는 6명이 유기적으로 팀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종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다음 시즌? 내 실력을 측정하고 싶어
두 시즌을 뛰면서 한국형 용병을 보는 눈도 생겼다. 그는 “내가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한국에서는 기술적인 선수가 살아남기 힘들다. 우선 한국 선수들과 융화가 첫 번째다. 그 다음은 점프가 높고 힘이 좋아야 한국에서 통하는 용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배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법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지금같이 한 명의 용병을 뛰게 하는 것으로는 선진 배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소 2명은 필요하다”며 “상무를 제외한 6개 팀으로는 전술도 단조로워지고 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팀에 들어와 7, 8년은 지나야 주전으로 뛰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최소 9, 10팀이 되어야 제대로 된 리그를 펼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외에도 한국 배구 시스템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을 쏟아내는 그를 보며 놀라워하자 “제도에도 관심이 많다. 나도 이제 2년차다”라며 웃었다.
용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