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데이비드 프리드먼 지음·안종희 옮김 412쪽·1만5000원·지식갤러리
과학과 기업 분야 저술가인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날로 복잡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정작 전문가들의 조언이란 것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엉터리인지를 생생한 실례와 함께 고발하고 있다. 흔히 가장 객관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과학 연구의 사례를 저자는 비중 있게 다루고 있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의료와 건강, 주식, 경제, 미식축구, 영화, 광고 등의 다양한 분야까지 두루 언급한다.
김동광 고려대 과학기술학 연구소 연구교수(오른쪽)
그렇다면 이것은 전문가들만의 문제인가. 물론 일차적으로 전문가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날로 사회가 복잡해지고 과거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세상에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중은 확실한 처방을 내놓으라고 전문가들을 채근해댄다. 사람들은 단순한 조언을 좋아한다. 조금만 복잡한 설명을 할라치면 말을 자르고 “그래서 결론이 뭔데?” 하고 다그친다. 저자는 사람들이 전문가 조언에서 기대하는 특징을 명쾌함, 확실성, 보편성, 낙관성, 실행가능성, 파격적인 주장 등으로 요약한다. 현실은 다양한 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명쾌한 답을 확실하게 내놓으라는 강박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문가들이 이런 요구에 휘둘리기 쉽다. 일반인들도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각각이라는 것을 알면서 어떤 음식이나 치료법이 좋다는 말에 쉽게 현혹된다. 어떻게든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있는가. 마지막 장에서 이 책은 올바른 전문가 조언과 사이비의 특징을 몇 가지로 분류하면서 독자들에게 옥석을 가려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 핵심은 앞에서 언급했던, 사람들이 원하는 전문가 조언의 특징들을 조심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확실하다고 장담하거나 명쾌한 전문가 조언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 일본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방사성 물질에 대해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장담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는 이유도 그 언저리에 있을 듯하다.
저자가 여기까지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펀토비치와 라베츠 같은 과학기술학자들은 오늘날 광우병, 유전자변형작물(GMO), 신종 플루 등 과거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전혀 새로운(emerging)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전통적인 전문가나 전문지식이 대응능력을 상실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문성을 확장해서 이해당사자인 시민들을 적극 참여시켜 불확실성을 줄이고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문성의 재구성’ 또는 ‘전문성의 민주화’ 주장이다. 이처럼 이 책은 전문가 조언이 위기에 처해 있는 시대에 새로운 전문성을 세워나가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