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찾는가 게세코 폰 뤼프케, 페터 에를렌바인 엮음·김시형 옮김 364쪽·1만6000원·갈라파고스
이야기의 주인공, 꿈 많던 생물학 시간강사 마타이는 조국 케냐의 환경부 차관이 됐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실화다. 단지 마타이만의 동화도 아니다. 이집트의 사업가 이브라힘 아볼레시는 ‘세켐’이라는 유기농 생태 공동체를 세우고 친환경적 면화 경작을 벌여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으며, 이를 기반으로 문화·교육·보건 기관을 설립해 직원 및 주민들의 삶의 질을 크게 끌어올렸다. 환경운동가 미하엘 주코프는 옛 소련 연방 관할 내 공화국들에 처음으로 ‘국립자연공원’ 개념을 도입해 현재까지 프랑스 전체 면적을 능가하는 자연보호구역을 설정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루에만 7만4000ha의 우림이 파괴되고 1억 t의 온실가스가 방출되는’ 절망적인 지구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꿈을 향해 정진했다는 것. 신간 ‘희망을 찾는가’는 그렇게 ‘작고 느리고 섬세하게’ 희망을 찾은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s)’ 수상자 14인의 이야기를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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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이 상의 수상자들이 독일 뮌헨 시 괴테연구소가 주관한 토론회에 모였다. ‘대안, 다른 세계화를 꿈꾸며’라는 주제로 열린 이 토론회에서 수상자들은 성장·개발·물질만능주의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희망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희망을 찾는가’의 두 엮은이인 독일 정치학자 게세코 폰 뤼프케와 기자 페터 에를렌바인은 14명의 약력을 간단히 소개하고 자신들이 취재한 강연과 인터뷰를 자세히 실었다.
수상자들이 말하는 ‘희망 찾기’ 방법은 간단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는 것이다.
수상자들은 이 간단한 진리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맨발의 경제학’으로 잘 알려진 칠레의 경제학자 만프레드 막스 네프는 심한 양극화 속에서 극단의 궁핍에 처한 사람들 속으로 직접 들어간다. “가난이 사는 곳, 고통이 존재하는 바로 그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 직접 가난을 찾아간 네프는 그곳에서 많은 주류 경제학이 제안한 거시정책과 이론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작은 경제’에서는 해법이 되기는커녕 재앙만 안기는 현장을 목격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것을 화합과 연대로 극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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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고 실천하면 진실이 보인다. 북인도의 오지인 라다크 생활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국제생태문화협회를 만들어 세계화 비판운동을 벌이고 있는 스웨덴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역 풀뿌리 단체들과 함께 일하며 인도 원주민 권익보호에 힘쓰고 있는 양자물리학자 반다나 시바, 비영리 기업을 세워 방글라데시 농촌에 12만 대가 넘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구축한 디팔 바루아 모두 현장에서 작은 것을 바꿔 나가는 데서 시작해 세계화의 가장 큰 숙제들을 해결하는 기적을 이뤘다.
그래서 이들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세상에는 알기만 하면 행동할 수 있는 지성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알기에. 책의 마지막, 바른생활상의 제정자 윅스킬은 독자들을 향해 말한다.
“자, 이제 우리가 역사 속에서 문제의 일부가 될지 아니면 해법의 일부가 될지 결정해야 합니다. 처음 노예제에 맞서 싸운 투쟁가들, 독재와 식민 정권에 대항해 싸운 해방 운동가, 그리고 대안 노벨상 수상자들은 모두 그들이 이토록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지를 만나고 힘을 얻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들은 하나의 기회를 보았을 뿐이고, 그것을 단단히 움켜쥐었을 뿐이니까요.”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바른생활상 ::
1980년 우표수집 전문가인 독일계 스웨덴인 야코프 폰 윅스퀼이 만든 상. 매년 인권, 환경보호, 지속가능한 발전, 평화 등 인류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사안에 대해 실천 가능하고 모법적인 답안을 제공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한다. 흔히 ‘대안 노벨상’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