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초전도체 발견 100주년
《8일은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1911년 4월 8일 네덜란드 레이던대의 물리학자인 헤이커 오너스는 영하 269도에서 수은의 전기저항이 완전히 없어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초전도’라 불렀다. 저항이 없는 ‘초전도 물질’에 전기를 흘려주면 많은 양을 먼 거리에 보내도 손실은 ‘0’에 가깝다.》
초전도 기술은 똑똑한 전력망(스마트그리드)을 구축하는 데 필수다. 전기저항을 ‘0’으로 만들어 전력 손실을 없애고 낮은 전압으로도 송전이 가능하게 한다. 전기자동차나 자기부상열차가 다니기 편한 환경이 된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20년 뒤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동아 제공
○ 초전도 도시에는 ‘전력손실-감전사고’ 없어
초전도 물질의 특성은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고효율의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는 데 제격이다. 낮은 전압으로도 전기를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먼 거리에 전기를 보낼 때 전압이 수만 볼트(V)에 이르는 고압선 철탑을 이용한다. 이 전기를 사용할 때는 전압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초고압 변전소도 필요하다. 둘 다 가까이 접근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설비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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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자석은 높은 자기장을 낼 수 있어 물체를 공중에 띄우는 것도 가능하다(위 사진). 이를 거꾸로 이용하면 몸속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해 진단하는 장비로 응용할 수도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 초전도 현상 응용하면 ‘소음공해-시간낭비’ 없어
초전도 물질은 ‘초전도 모터’가 돼 전기자동차의 연료소비효율을 올리는 데도 기여한다. ‘전기 절약’과 ‘무공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초전도 모터는 기존 모터의 철심과 구리선 대신 ‘초전도 코일’을 사용한다. 기존 모터와 같은 힘을 내더라도 크기와 무게는 3분의 1 이하로 줄이고 효율은 2% 이상 높일 수 있다. 자동차의 연비는 무게가 가벼울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동력장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터 무게만 줄여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초전도 모터의 핵심기술은 1분에 3600번 이상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모터 속으로 냉매를 넣는 것이다. 권영길 전기연 초전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회전축 주변을 냉매가 감싸도록 일체형 통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며 “올해 안에 5MW급(6700마력) 초전도 모터 개발이 완료되며 향후 20MW급 개발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자동차의 시스템을 제어하는 컴퓨터는 물론이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초전도 기술이 사용된다. 이 컴퓨터는 정보처리 속도가 빠르고 해킹에도 안전한 ‘초전도 양자 컴퓨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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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전도 기술 상용화되려면 용량 커져야”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지 100년이 지나면서 관련 기술은 상당 수준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성기철 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초전도 케이블은 길이가 더 길어져야 하고 초전도 모터는 출력이 더 높아져야 한다”며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용량을 높이는 기술이 초전도 기술 상용화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초전도 케이블과 모터는 냉매가 끊임없이 흘러야 하기 때문에 길이와 출력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성 단장은 “초전도 기술의 응용 분야마다 개발 속도가 다르지만 2030년쯤에는 초전도 기술이 집약된 ‘초전도 도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