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현대해상이다. 현대해상은 지난달 7일 홍콩 소재 브로커사인 코스모스 서비스와 공동으로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이라는 재보험 브로커사를 설립했다. 미국, 영국 등 6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보험브로커사인 코스모스 서비스와 손잡고 보험사를 재보험회사에 연결하고 그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영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그 뒤는 삼성화재가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싱가포르에 주재 사무소를 운영 중인 삼성화재는 올해 안에 재보험사를 설립하거나 중견 재보험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싱가포르 재보험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특히 그 형태는 캡티브 재보험사가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캡티브 재보험사’란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보험의 리스크를 덜기 위해 보험의 전부 또는 일부를 떠맡을 재보험사를 자회사로 두는 형태를 말한다. 삼성화재는 2008년 동남아시아에 캡티브 재보험사를 설립하려다 금융위기로 잠정 중단한 바 있다. LIG손해보험도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수립하지 못했지만 싱가포르 재보험시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등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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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해외영업에도 ‘플러스’다. 싱가포르는 해외 보험사들의 역외보험(싱가포르에 보험사를 두고 해외에서 보험 계약을 유치)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10%만 부과하는 등 다양한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손보사들이 싱가포르에 포진한 기업을 대상으로 보험을 판매할 때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재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싱가포르에서 직접 재보험사를 설립하면 수수료도 줄일 수 있다.
재보험 시장 공략이 리스크가 적다는 점도 손보사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원수보험이 ‘보상 서비스 체계’를 갖춰야 하는 등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자본금 자체도 많이 드는 반면 재보험은 보험사들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로 자본금이나 인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현대해상은 싱가포르 재보험 브로커사 설립 투자비용도 10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손해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 사실”이라며 “대형 손보사들의 해외 재보험시장 진출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