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주연 멜키어역 맡은 윤현민
사진=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그때 이미 마음속엔 다른 꿈이 자랐다. 2006년 우연히 친구를 따라 대학로에서 본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계기였다. 공연에 매료된 그는 이 작품만 7번을 더 봤다. 3년 뒤 그는 이 작품 주연 배우를 뽑는 오디션에 응시했다.
“반은 호기심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응시자가 500명이나 됐죠. 저도 잘생겼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지만 온통 훤칠한 잘생긴 사람들뿐이어서 주눅이 들었어요.” 그래도 4차 테스트까지 통과해 결국 ‘턱 선의 외로운 각도와 콧날의 날카로운 지성’이란 대사로 대변되는 김종욱 역을 따냈다. 데뷔 무대는 그해 7월 14일. 우황청심환을 두 개나 삼키고 나선 무대는 성공이었다. 올해 2월까지 150회 가까이 무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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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내 초연됐던 록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로맨틱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독일 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을 원작으로 기성세대의 편견과 통념에 맞서 싸우다 희생되는 10대들의 질풍노도적 비극. 성에 눈뜨는 사춘기 소년소녀의 과감한 노출 연기에다 욕설과 비속어가 뒤섞인 얼터너티브 록 보컬까지 쏟아내야 한다. 특히 극의 중심인 멜키어 역은 연기력과 가창력을 겸비해야 가능하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구마준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주원도 멜키어 역을 맡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윤현민은 아직 멜키어 역을 맡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야구 선수 시절 얘기를 꺼냈다.
그렇게 다른 선수들을 따라잡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한화에 지명됐을 때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없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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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울 청원고 3학년 때 청룡기 야구대회 8강전에서 강팀 수원 유신고와 만나 연장전까지 간 끝에 자신의 끝내기 결승타로 3-1로 승리했던 추억을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했다. 아직 짧은 연기인생에서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멜키어 역 발탁이 그와 같은 순간으로 기억될까. “이 작품의 성공 여부에 따라 배우를 계속할지 결정될 거예요. 힘든 작품인 만큼 성공적으로 마치면 큰 자신감을 얻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번에도 남보다 출발이 늦었다. 청소년기 인생을 걸었던 야구에선 크게 빛은 못 봤지만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프로 무대를 밟아봤다. 배우로 맞은 인생 제2막에서 그는 ‘역전홈런’을 때릴 수 있을까.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