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하지만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3, 4명의 직원은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를 하느라 바삐 뛰어다녔지만 다른 직원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비상상황이라 토요일에 출근은 했는데 전문지식이 없으니 그냥 자리만 지킨 것이다.
며칠 뒤 교과부의 다른 직원에게 기자가 본 상황을 얘기했다. 그는 “원자력안전국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지만 순환 보직으로 비전문가들이 있다 보니 원자력을 잘 아는 직원들에게 업무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만일 일본 사태가 심각해지고 한국에도 문제가 생기면 정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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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구조적인 문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 정부 들어 성격이 상이한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치고 업무 통합을 위해 순환 인사를 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원자력 업무를 교육전문가들이 맡는 일이 생긴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원자력 부서의 30% 정도는 교육 쪽 인물로 채워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반대로 원자력 담당자들은 외부 의견을 수용할 공간을 배제한 채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해 교육부 출신들을 미리 훈련시키지 못한 책임도 있다.
이런 사태는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원자력은 특수 분야라 ‘원자력 특채’라는 제도를 통해 전문가들을 공무원으로 뽑았다. 하지만 2004년 2명을 뽑은 이후 현재까지 이 제도를 통해 들어온 사람은 없다.
교과부는 25일 밤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을 내 원자력안전국장과 소속 과장을 바꿔 일부나마 전문성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임시변통’으로는 원전정책이 제대로 세워질 리가 없다.
7월이면 상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생기고 원자력안전국도 이 위원회로 이동하게 된다. 원자력계의 한 원로는 “위원회가 허수아비가 되지 않으려면 인력 수급과 배치 제도에 혁신이 있어야 한다”며 “원자력전문가뿐 아니라 정책전문가를 비롯해 화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포함돼 사고가 열린 집단 지성의 역량이 발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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