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준비에 부쳐
한 번 그음으로 화폭을 이루듯 한 번 침(一刻·일각)으로 해인사 봉안 팔만대장경판을 이루었다면 그 묘한 ‘한 번’의 근원에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 마음속에서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의 불굴의 의지와 선진 문화민족으로서 방대한 기록유산을 집대성한 민족적 정체성과 자부심을 본다.
우리 민족은 천 년 전인 1011년부터 무려 77년에 걸쳐 인도에서부터 동아시아를 관통해온 트리피타카(경·율·론 삼장)를 국난 극복과 기록문화(인쇄·출판)의 계승과 발전의 완결판으로 ‘초조대장경판’을 조성해 대구 팔공산 부인사에 보관했으나 아쉽게도 1232년 몽골군의 침입으로 소실됐다. 이에 고려인은 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초조대장경판 조성과 똑같은 정신과 연유로 다시 처음보다 더 완벽한 대장경판을 이루니 이것이 현재 해인사에 봉안된 재조대장경판이다.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조직위원장 경남도지사 김두관
여기서 고려대장경판에는 미래 천년으로 이어줄 어떤 지혜가 내재되어 있는지 두 가지를 살펴본다. 먼저 한마음(一心·일심)의 지혜다. 우리 선조들은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정신이 한 곳에 이르면 어떤 일이든 못 이루겠는가)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외쳤다. 대장경판에는 이러한 우리 민족에게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불굴의 한마음 정신이 스며 있다. 개인적으로 경판을 대할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지면서 일심으로 기운이 일깨워짐을 느낀다. 고려대장경판은 우리 민족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이룩한 최고의 국난 극복의 산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또 5200만 자가 넘는 대장경의 많은 글자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마음 심(心)’ 하나다. 즉 일심이다. 그래서 목판대장경의 조판 정신과 그 내용에도 한마음의 지혜가 담겨 있음을 보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이러한 우리 민족의 한마음 정신을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세계인이 와서, 보고, 느끼고, 기운을 담아갈 수 있도록 잘 이끌어야 할 것이다.
팔만대장경판 인경 모습. 사진제공 경남도
1985년 해인사로 출가해 강원과 선원 수행을 거쳐 월간해인 편집장.
팔만대장경 보존실장 소임을 지냈다. 현재는 해인사 성보 박물관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