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 사회부
버핏 회장을 맞이하는 김 시장은 여러 생각이 스쳤을 것이다. 그동안 대구에 눈에 띄는 기업 유치와 투자가 별로 없었던 데다 공들였던 대기업 투자 유치도 최근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월드 스타가 자신이 투자한 기업과 관련해 대구에 오는 것이 여간 반갑지 않았을 것이다. 대구시가 버핏 회장 방문을 대대적으로 알린 것도, 그가 머문 21일 오전은 대구 전체가 마치 ‘버핏의 날’처럼 느껴진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일 것이다.
김 시장이 버핏 회장을 8월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경기장까지 직접 가보도록 하고 대구의 핵심 사업인 첨단의료복합단지에도 관심을 갖도록 설명하는 등 그의 유명도를 적극 활용하려고 노력한 것은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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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회장은 돌아갔지만 대구에는 큰 손님을 잘 치른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버핏 회장의 방문이 대구를 반짝 알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대구지역 기업을 아주 다른 눈으로 살피는 계기와 교훈이 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대구지역 제조업체는 전국 5만8000여 기업 중 4% 정도에 불과하다. 성서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업을 하는 한 경영자는 “버핏 회장이 투자한 기업이 대구에 있고 그의 방문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것도 보기 좋지만 지역 기업에 평소 이런 마음을 갖는 게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했다.
버핏 회장은 ‘미래 가치’를 중요한 투자 원칙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핏 회장을 예우하는 자세로 대구 기업을 진정으로 대접하는 풍토를 가꾸는 것이 바로 기업 하기 좋은 도시로서 큰 미래 가치가 아닐까.
돌아간 버핏 회장을 아쉬워하며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남아 있는 대구 기업을 자나 깨나 걱정하는 분위기가 일상처럼 될 때 대구시의 소원인 대기업 유치 가능성도 점점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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