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임숙 경제부 기자
기후 변화 등으로 물 부족 문제는 심각한 지구적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어젠다가 기업의 실제 수익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물 펀드가 투자했던 상하수도 공급 서비스 및 개발 업체가 ‘씻기 시작한 중국인’으로 인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
투자자들이 엉뚱한 근거로 테마에 휩쓸린 사례는 물펀드가 처음은 아니었다. 북방외교가 한창이던 1987년에는 ‘만리장성 4인방 테마’라는 것이 있었다.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하는데, 한국의 한 알루미늄 업체가 새시를 납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상한가를 쳤다. 신발업체는 ‘인부들이 신는다’며, 호빵업체는 ‘인부들의 간식으로 결정됐다’며, 한 제약회사는 ‘인부들이 체하면 소화제로 공급된다’는 소문으로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다. 소가 웃을 만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투자자들이 정말 불나방처럼 모여들었다.
테마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한동안 인기를 끌던 ‘삶의 질’이라는 테마는 메릴린치가 2000여 명의 소비 행태를 직접 조사하고 기업 실적 변화를 예측한 뒤 발표한 것이다. 조사와 분석이 뒷받침된 테마였고 생명력이 길었다. 투자문화가 선진국형이 될수록 황당한 테마는 증시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투자문화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다. 20일 한국을 두 번째 방문한 워런 버핏에게 ‘투자의 현인’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의 유명한 투자원칙 중 하나가 ‘남이 투자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잘 아는 회사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쉬울 것 같지만 지키기 어려운 투자 원칙이다.
하임숙 경제부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