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현장 동료 응원 위해 달린 소방관 히라노 씨
히라노 씨
평소 마라톤에 관심이 많던 그는 이번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하려고 휴가를 냈다. 하지만 출발을 불과 일주일 앞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곧장 센다이로 파견돼 수색작업을 벌였다. 그는 9일간 생존자의 흔적을 찾아 재난 현장을 누비다가 18일 도쿄로 복귀했고 다음 날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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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스페인서 12시간 비행기 타고 온 테너 바오벨 씨▼
바오벨 씨
바오벨 씨는 마드리드에서 열렸던 국제마라톤대회에 다섯 차례 참가한 경력이 있다. 서울국제마라톤은 1년 전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접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앞두고 1년 동안 꾸준히 몸을 만들어왔다는 그는 대회 직전 오른쪽 다리 인대를 다쳤다. 하지만 부상이 마라톤 참가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달릴 때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는 “서울에서 또 다른 자유를 만끽해 볼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3시간46분 만에 풀코스 완주했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줄넘기 하며 3시간59분 풀코스 완주 이순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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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길 씨
달리면서 줄넘기도 같이 하다 보니 날씨가 가장 큰 변수다. 특히 비가 오면 도로 상황이 나빠지기 때문에 줄에 발이 걸리기 쉽다. 바람이 불어도 뛰는 데 저항이 생긴다. 그래서 이날 봄비 때문에 평소보다 더 힘들었고 기록도 저조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시선 한몸에 받은 48세 ‘바니걸 아저씨’ 한병호 씨▼
한병호 씨
42.195km의 마라톤 코스 내내 가장 많은 시선을 한 몸에 받은 한병호 씨(48·사진). 한 씨는 이날 긴 파마머리 가발에 빨간 망사스타킹과 짧은 레이스 검정 치마를 입고 코스를 완주했다. 토끼해를 기념하기 위한 ‘바니걸’ 콘셉트다. 그는 “다른 참가자들이 지치지 않고 즐겁게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통해 대회의 인지도도 올라가고 마라톤이라는 종목 자체가 좀 더 대중화됐으면 한다는 뜻도 밝혔다.한 씨는 “내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모두 나를 가리키며 큰소리로 웃는다”며 “그런 기쁨을 주는 게 내가 이번 마라톤에 참가한 목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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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홋카이도 ‘마라톤 교류’ 첫 주자 오이 다카히로 씨▼
오이 다카히로 씨
남자부 유일한 일본 선수인 오이 다카히로(32·2시간39분13초·사진). 그는 “30km까지는 편하게 달렸지만 이후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지진으로 고생하는 국민을 떠올렸다. 그들은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내가 여기에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은 서울시와 홋카이도가 지난해 10월 맺은 우호교류협력의 일환이다. 그 첫 협력사업으로 이번 대회에서 엘리트 부문 남녀 1명씩을 이번 대회에 파견했다. 마스터스 부문에서도 홋카이도에서 온 일반인 수십 명이 서울 시내를 달렸다. 주이치 오카베 홋카이도육상경기협회 회장은 “이번 대회에 일본에서 온 400여 명의 일반인이 참가했다.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하려고 했지만 지진의 영향으로 조금 줄었다. 홋카이도 대회에도 많은 한국인이 참가해 우호가 돈독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