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기자
프랭클린템플턴 측에서는 펀드가 너무 커질 경우 고객에게 약속했던 운용원칙을 지키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상장사의 자산, 이익 규모, 미래 사업계획 등 이른바 ‘내재 가치’를 꼼꼼히 따져 저평가돼 있는 주식들을 사들이겠다는 당초 운용원칙이 펀드 규모가 커지게 되면 왜곡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해창 프랭클린템플턴 부장은 “압축 펀드의 특성상 운용액이 4000억∼5000억 원이 넘어가면 종목 선택 효과가 제한되기 시작하고 거래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며 “투자자들이 기대한 수익률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판매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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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징후는 펀드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을 초과해 계속 덩치를 불려 나갈 때 생긴다. 이 부장은 “펀드 규모가 비대해지면 꾸준한 성과를 내기 힘들다”며 “시장에는 늘 부침이 있을 수 있고 포트폴리오가 예상과 다를 수 있는데, 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대응하기 쉽지 않고 부진에 빠지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높은 수익률만 보고 뒤늦게 가입한 투자자들이다.
사실 이처럼 무분별한 쏠림 및 과열 현상은 대형 펀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증권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랩 상품은 압축펀드보다 훨씬 적은 종목에 집중 투자해 수익극대화에 주력하는 반면 주가 하락 시 손해를 볼 위험이 높다. 대형 인기펀드에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이 부진한 수익률로 피해를 입은 것처럼, 쏠림 현상으로 비대해진 랩 상품 역시 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할 때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