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된 마을들은 너무 많은 시신에 관과 화장터가 모자랄 지경이다. 이번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이와테(巖手) 현의 공무원 하지메 사토 씨는 “시신을 수습하기에는 모든 것이 절대 부족한 상태”라며 “전국의 병원 장례식장에 시신 운반용 포대와 관을 공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와테 현에서는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 시와 오쓰치(大槌) 등에서 모두 2만7000여 명이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福島) 현 소마(相馬) 시의 관계자는 “우리 마을엔 화장터가 하나밖에 없어 하루에 18구의 시신만 화장할 수 있다”며 “다른 도시에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소마 시에는 대지진이 일어난 지 3일 만인 14일 처음으로 구조대가 도착했다. 구조대원들은 쓰나미의 잔해를 거둬낸 곳에 시신 포대를 쌓아놓고 구조 및 시신수습 작업에 들어갔다.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 시에서도 군인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생존자 수색에 나섰지만 대부분은 처참하게 숨져 있는 고령자들의 시신을 발견하는 데 그쳤다. 적십자 아시아태평양 본부의 패트릭 풀러 대변인은 “혹시라도 잔해에 깔려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필사적으로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다이(仙臺)에서도 이날 오전 일찍부터 구조대가 망가진 주택과 얽힌 전선 사이에서 시신을 끌어내는 장면들이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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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눈앞에서 가족들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거나 뒤늦게 죽음을 확인한 사람들은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빠졌다. 이와테 현의 에쓰코 오야마 씨는 “쓰나미가 집을 덮쳐 몸부림치는 순간 잡고 있던 딸의 손을 놓쳤다”며 “나는 살았지만 딸을 살리지 못했다”고 NHK에 말했다. 대피했던 주민들은 마을로 하나둘씩 돌아왔지만 집이 쓰나미에 휩쓸려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을 알게 되면서 눈물을 흘렸다.
약품과 식료품이 모두 쓰나미로 휩쓸려간 병원에서는 병약한 환자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뜨고 있다. 센다이 근처 다카조 마을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입원 중이던 200명 가운데 4명이 대지진 이후 숨을 거뒀다. 모두 90세 이상 고령자이거나 중환자들이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