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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쿨하게 사과하라 外

입력 | 2011-03-12 03:00:00

제대로 사과할 줄 아는 리더가 성공한다




“김태호 12번, 신재민 14번, 조현오 27번.”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하실 것이다. 작년 8월 이명박 정부가 개각을 단행한 뒤 이어 열린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이 ‘죄송하다’거나 ‘미안하다’고 말한 횟수다. 당시 언론은 이 청문회를 ‘사과 청문회’라거나 ‘죄송 청문회’라고 비틀었다.

열 번, 스무 번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국민들의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짜증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역효과였다. 김태호 신재민 후보 등이 중간에 낙마했다.

2008년 5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는 크라이슬러 공장을 방문하던 중 한 여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오바마는 여기자에게 “잠시 기다리세요. 스위티(sweetie)”라며 나중에 답변하겠다고 했다. 여기자는 그날 오바마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약속위반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스위티’라는 표현이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성에게 쓸 표현이 아니었다. 오바마의 정치적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성희롱으로 문제 삼을 수도 있었다. 논란이 일고 민주당은 혼란에 빠졌다.

오바마는 바로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여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구체적인 사과의 메시지를 음성 녹음기에 남겼다. 직접 전화함으로써 오바마는 일이 더 커지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죄송하다고 십수 차례 머리를 조아린 청문회 후보자들은 용서를 받지 못한 반면 전화를 건 오바마의 사과가 받아들여진 것은 왜일까. 어떻게 사과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단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미안하다는 감정 표현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본다. ‘미안하다’는 말을 사과의 전부로 보는 것은 심각한 착각이라는 것이다. ‘미안해’는 사과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과를 하고 싶다면 사과의 충분조건마저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심리학자 게리 채프먼과 제니퍼 토머스는 2006년 출간한 ‘사과의 다섯 가지 언어’에서 사과를 위한 다섯 가지 표현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미안해’ 다음에 하지만, 다만 같은 말을 덧붙이지 말라. 둘째, 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셋째,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명확히 하라. 넷째, 개선 의사나 보상 의사를 표현하라. 다섯째,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여섯째, 용서를 청하라 등이다.

그러나 사과문을 잘 썼다고 해서 사과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사과할 때 타이밍이 특히 중요하다고 한다. 빠르게 사과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서둘러 사과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누구나 사과를 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자존심 때문에 사과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통능력이 좋은 사람들은 기꺼이 사과를 하고 관계를 복원시키는 데 성공한다. 오바마처럼 대중 앞에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리더들이 각광을 받는가 하면 위기 시에 사과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제대로 사과할 줄 아는 것은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수도 있다. 사과의 기술이 필요한 때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파괴적 혁신 실행 매뉴얼
‘파괴적 혁신’없이 살아남는 기업 없다
스콧 앤서니 외 지음·이성호 김길선 옮김
420쪽·2만4000원·옥당


미국 백화점 업계를 주도하던 시어스는 월마트에 시장을 내줬다. 메인컴퓨터를 생산하는 IBM은 초기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다. 복사기 시장을 석권했던 제록스도 존폐의 위기에 놓인 적이 있다. 모두 파괴적 혁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생긴 결과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제품을 개선해 내놓은 존속적 혁신과 대비된다. 파괴적 혁신은 시장이 외면하고 안 될 것이라고 말하는 곳에서 나타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존 기업이 파괴적 혁신에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초기 단계에서는 파괴적 혁신을 시도할 시장 규모가 너무 작고, 전망도 불투명해 투자할 가치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설사 가치를 느끼더라도 혁신 제품을 변형해 기존 제품 라인에 끼워 넣음으로써 파괴적 에너지를 날려 버린다. 파괴적 혁신을 추진하려면 “기존 고객과 프로세스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슈퍼리치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
억만장자들이 사회변혁 나선다면?
랄프 네이더 지음·강경미 옮김
544쪽·2만7000원·꾸리에


워런 버핏의 호소에 억만장자 17명이 하와이 마우이 섬의 한 호텔에 모였다. 이들은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의 주범으로 시장만능 자본주의와 기업에 대한 특혜를 지목한다. 그리고 대기업에 의해 장악된 금권정치를 극복하고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해 전면적인 국가개혁을 실현하기 위한 ‘대전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미국의 대표적 소비자 권익 보호 운동가로 사회 변혁을 꿈꿔온 저자가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풀어낸 유쾌한 상상. 억만장자들이 사회 변혁을 주도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며 그들의 입을 통해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부자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부자를 계속 배출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그 어떤 누구도 실제 삶은 아니며, 이 책에 묘사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