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극단’인 한얼극단은 주중에 다른 일로 돈 벌고 주말에 공연하는 방식을 통 해 대학로를 지배하는 시장 논리에서 자유로워졌다. 이 건동 극단 대표는 “작품을 통해 단 한 명의 관객이라 도 교감할 수 있다면 그걸 로 족하다”고 말했다. 왼쪽 부터 넷째 가람 씨, 엄마 이 희즙 씨, 막내아들 해님 씨, 이 대표, 첫째 가은 씨, 둘 째 사라 씨, 셋째 한울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런데 이 동네 한 귀퉁이에서 관객 수에 관계없이 9년째 공연을 펼치는 ‘가족 극단’이 있다. 혜화로터리 파출소 옆 좁은 골목길에 있는 한얼소극장에서 주말마다 무언극(마임)을 공연하는 한얼극단이다.
극단 대표로 극작과 연출을 도맡고 배우로 출연도 하는 아빠 이건동 씨(54)는 서울예대 75학번. ‘독일 무용극의 어머니’ 피나 바우슈가 졸업한 독일 폴크방국립예술대에서 마임을 배우고 돌아온 정통 마이미스트다. 엄마 이희즙 씨(54)는 조명과 음향을 맡았다. 가은(34), 사라(28), 한울(23), 가람 씨(21) 등 네 딸과 외동아들 해님 씨(20)는 배우다.
일요일 공연인 ‘기억해봐’는 유년의 사건들을 추억 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무언극으로 풀어냈다.
“처음부터 주말 공연만 한 건 아니에요. 1993년에 독일에서 돌아온 뒤 1996년에 제주도에서 대학 강단에도 서고 극단도 만들어 활동하다가 아이들이 ‘아빠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게 하자’고 설득했어요. 창고로 쓰이던 여기 76m²(약 23평) 지하공간을 2002년 얻어 극장으로 꾸몄죠.”(이 대표)
이 대표가 연기 지도를 했던 제자 4명과 함께 개관작을 준비했는데 3명이 중도 포기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연극을 보아왔던 둘째 사라 씨가 자진해 그 자리를 메웠다. 공연을 며칠 안 남기고 다른 배우 한 명도 그만둬 큰딸 가은 씨가 합류했다.
사라 씨는 “그래도 대학로인데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면 매 회 관객 10명은 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무작정 거리로 나가 관객을 잡아 오기도 하고 무료 시연회도 서너 차례 열고 포스터를 들고 거리 행진도 펼쳤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첫해엔 15차례나 관객 없이 공연하기도 했다. 그해 전체 관객은 67명.
작품 활동으로만 먹고사는 게 아니라면 한편으론 프로 의식이 결여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대표는 “돈을 좇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변질되게 마련이다. 관객 욕심은 버렸다”고 했다. “그렇다고 우리 작품에 뭐 대단한 예술적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그중 단 한 명이라도 우리 작품에서 위로를 받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02-766-7010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