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운전자가 직접 주유해 기름값이 싼 셀프주유소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전체 주유소가 0.6% 늘어나는 사이 셀프주유소는 15.3%나 늘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보고에서 고유가 대책으로 셀프주유소와 대형마트 주유소 등 '저가형 주유소'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일반 주유소보다 시설비가 3배나 비싼 셀프주유소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으면 중소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볼까봐 고심하고 있다. 셀프주유소의 확산은 시장이 정책보다 앞서가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가 됐다.
●7개월 만에 셀프주유소 50개 늘어
셀프주유소와 대형마트 주유소는 전국 전체 주유소가 1만3000여 곳인데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비중이지만 정부와 주유소업계는 고유가 바람을 타고 가격이 싼 셀프주유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 싼 가격의 주유소를 찾기 때문에 셀프주유소를 신설하거나 기존 주유소가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건비가 적게 드는 셀프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에 비해 보통휘발유값이 20~50원 정도 싸다. 정부 조사 결과 서울 양천구의 한 셀프주유소는 주변 주유소보다 52원 가량 휘발유 값이 싼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셀프서비스로 운영되는 대형마트 주유소의 가격 차이는 더 크다. 경기 용인시의 한 대형마트 주유소와 주변 일반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 차이는 79원이었다.
●'물가'냐 '상생'이냐, 정부의 고민
정부는 최 장관의 국회 보고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셀프주유소에 대해 지원 방안은 따로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셀프주유소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굳이 정책적인 지원은 필요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대형마트 주유소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전국 광역시 이상 지역에서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 규제를 해제한 것 이외에 추가로 규제 완화나 지원 방안은 없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물가와 상생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도 농협이 9일 기존 정유사보다 가격이 싼 NH-OIL(농협폴) 주유소를 대폭 늘릴 방안을 발표하는 등 '민간 차원'의 대응은 속도를 더하고 있다. 농협은 농협폴 주유소를 지난해 222곳에서 올해 40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폴 주유소는 농협중앙회가 개별 농협주유소의 물량을 모아 공동구매한 뒤 전국에 공급하기 때문에 민간 주유소 가격보다 싸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