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P무용단 정기공연안무 ★★★ 무용수 기량 ★★★★
까마귀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안무가 차진엽 씨의 ‘화이트 크로’. LDP무용단 제공
차 씨의 작품은 제목에 등장하는 까마귀(크로)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했다.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에서부터 새의 날갯짓은 오랫동안 무용의 소재가 돼 왔지만 ‘화이트 크로’의 날갯짓은 좀 더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웠다. 특히 차 씨가 직접 흰 까마귀가 돼 양팔을 벌린 채 꿈틀거리거나, 몸을 뒤틀며 걸어 나가는 동작은 팔다리가 긴 탄탄한 근육질의 체형에 힘입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흰 까마귀를 조롱하던 검은 까마귀들이 ‘백조의 호수’ 속 왕자의 독무나 백조들의 군무를 패러디하는 장면에서는 고전을 비튼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공을 던지고 받는 단순한 팬터마임을 점차 확장해 춤동작으로 발전시킨 작품. 교복 입은 여학생, 양복 입은 남자,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백수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간군상이 등장했다. 공은 때로 커졌다가 작아지기도, 천천히 날아오다 빨리 날아오기도 했고 이에 따라 무용수들의 동작 역시 다양하게 변화했다. 끊임없이 허공을 뭉쳐 손 안에 가두고, 이를 던지고 받는 안무는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는 인간 모습을 표현하는 작품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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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