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메노포즈’ 노래★★★★ 무대★★★☆ 대본★★★☆
뮤지컬 ‘메노포즈’에서 전업주부 역의 이영자 씨(왼쪽에서 두 번째)는 열정적인 춤과 노래, 걸쭉한 입 담으로 무대를 휘어잡는다. 출연 배우 4명 중 홀로 존재감이 너무 큰 게 흠이라면 흠. 뮤지컬해븐 제공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백화점 속옷 코너에서 같은 제품을 서로 사겠다고 다투던 중년 여성 4명이 각자 갱년기 여성의 공통된 증상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공감한다는 것. 이 씨가 맡은 전업주부는 스모 선수 같은 육중한 체격에 다리를 쩍 벌리고 뒤뚱뒤뚱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하룻밤에 크리넥스 한 통 다 쓰던 뜨거운 시절이 있었답니다∼ 호호” 같은 낯 뜨거운 얘기를 천연덕스럽게 풀어놓고 “내 친구 중에도 채식주의자가 있어요, 비지트리안”처럼 엉터리 영어 발음을 남발하는 속물이면서도 그 바보 같은 솔직함 때문에 밉지 않은, 귀여운 캐릭터다.
이 씨는 탁월한 애드리브 능력으로 중간 중간 자기 실제 얘기도 끼워 넣는 ‘신공’을 발휘한다. 가령 중년이 되면서 불어난 몸에 대해 하소연하는 한물간 연기자(혜은이)의 말에 “내 앞에서 살 얘기는 하지 마세요. 살로 흥했다가 살로 망했어요”라고 대꾸하고 이에 객석에서 박수가 터지자 “이렇게 박수칠 걸 그땐 왜들 그러셨나 몰라”라고 하는 식이다. 2001년 자신의 ‘다이어트 파문’을 빗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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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30대 여성 관객이 주도하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2005년 초연 이후 2008년을 빼고는 매년 무대에 오른 메노포즈는 40, 50대 여성 관객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폭발적 웃음 못지않게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객석에 앉아 있는 중년 여성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평일 중 금요일엔 오후 4시 공연이 추가된다. 4만∼8만 원. 5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744-4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