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구 도쿄 특파원
일본 교토(京都) 시에서 불고깃집을 운영하는 재일동포 장모 씨(72·여)는 민주당 정치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씨에게 2005년부터 4년간 매년 5만 엔씩 총 20만 엔(약 270만 원)을 기부했다. 장남과 동갑으로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등 오랜 세월 스스럼없이 지내온 사이여서 기쁜 마음으로 소액 정치헌금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차기 총리감으로 유력한 마에하라 외상의 사퇴를 불러왔다.
일본 정치자금법이 외국인 또는 외국기업의 정치헌금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반하면 5년간 공민권이 박탈돼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다. 마에하라 외상이 현행법을 어긴 것은 사실인 만큼 이를 변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수십 년 일본에 살면서 꼬박꼬박 세금을 내온 재일 외국인의 정치헌금이 각료가 사퇴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범죄인지에 대해선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장 씨는 6일 통화에서 “외국인이 정치헌금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았더라면 그를 힘들게 할 일을 왜 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정치헌금을 둘러싼 대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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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재일 외국인의 정치적 기본권을 도외시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평생을 일본에 살며 세금을 내 영주권을 얻어도 지방참정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선진국 중 영주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허용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외국인은 아무리 일본에 오래 살더라도 세금만 내고 입은 다물라”는 것이다. 한국은 2005년 영주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 등 외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영주권자’는 대부분 선거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당원 34만여 명이 참여한 민주당 대표선거 때 야당인 자민당은 “일부 재일 외국인 당원도 투표한다”며 문제 삼았고 일부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일본은 인구의 0.7%밖에 안 되는 영주외국인에게 그렇게도 자신이 없는 걸까. 글로벌시대 경제대국에 어울리지 않는 폐쇄성이다.
윤종구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