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창혁 전문기자의 세상이야기]‘꿈 PD’ 채인영 정신과 의사

입력 | 2011-03-07 03:00:00

“자녀문제로 찾아온 부모들, 자기 꿈을 찾게 해주니 아이들도 바뀌어”




1957년생인 채인영 원장은 사람들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27년간 일해 온 정신과 전문의이자 ‘꿈 PD’라고 말한다. ‘꿈 PD’는 그녀가 만든 말이다. 사람들의 꿈을 찾아주는 게 그녀의 꿈이다.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그녀를 만난 건 부군인 나덕렬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과장)의 동아일보 연재 칼럼이 끝나던 무렵이었다. 그러니까 재작년 이맘때쯤인 것 같다. 치매 치료의 명의로 꼽히는 나 교수는 본보 건강면에 ‘앞쪽형 인간-잠자는 CEO 당신의 앞쪽 뇌를 깨워라’라는 제목의 의학칼럼을 기고하고 있었다.

못다 한 얘기도 들을 겸 저녁 약속을 했는데 부인이 함께 왔다. 채인영 씨(54)였다. 그녀도 많은 얘기를 했다.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던 자신의 경험과 꿈 찾기, 그리고 ‘하늘’이 돕는다는 얘기 등…. 얼핏 들으면 기독교 신비주의 같기도 하고 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경기여고와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대 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그녀를 그냥 ‘이상한 여의사’ 정도로 치지도외(置之度外) 할 수도 없었다!

그녀를 다시 만난 건 올해 초, ‘꿈 PD 채인영입니다’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상하게도 책이 손에 잡혔다. 인터뷰 때 이 얘기를 했더니 “꿈을 찾아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때가 왔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긴 ‘인생 100세 시대’가 뉴스로 떠오르고, 100세 시대 변액연금보험까지 등장하는 세상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남자 77.3세, 여자 83.8세(2009년 기준)라고 하지만 평균적인 건강관리만 하면 80∼90세 이상 사는 게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50대 중반이나 60세부터 쳐도 그냥 ‘노후(老後)나 ‘여생(餘生)’으로 살아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그래서 다들 건강과 돈, 그리고 적당한 일을 준비하려 한다. 그 ‘일’이라는 것도 열에 아홉은 ‘품위도 유지하고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을 의미하지만….

얼마 전 그녀의 병원을 찾아온 58세 퇴직자도 계속 ‘여생’을 얘기하더라고 했다. 은행 지점장을 지낸 그에게 떠오르는 대로 꿈을 적어보라고 했더니 첫째 자녀들이 잘되는 것, 둘째 노부모한테 효도하는 것, 셋째 아내한테 좀 더 잘하기를 꼽았다고 했다. 그녀는 기자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그런데 그분이 왜 저를 찾아왔을까요?”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그녀의 병원을 찾았다. 병원 이름은 ‘생각과 느낌’. 생각나는 대로, 느낌이 오는 대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1961년생인 기자도 58세 전직 은행 지점장과 다를 게 없을 터이다.

먼저 내 이야기부터 해봤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잠시 밀어놓고 얘기하면, 나는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만 보면 설렌다. 훗날을 생각하며 쉬는 날을 이용해 ‘배 만들기’를 배우고 있지만,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랄까 막연한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점에서 나를 찾아온다. 배를 만들고 싶다고 했지만 나중에 배를 만들지 뭘 할지 모른다. 배 만들기와 상관없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언론인으로서의 경험과 배, 바다가 모두 하나로 어우러지는 일을 할 수도 있다. 배는 열쇠일 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열쇠가 전부인 줄 알고 ‘이걸로는 돈을 못 번다’고 지레 포기한다. 중요한 건 ‘밸’이 꼴릴 때 무조건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풍덩 빠져서 자신만의 천재성을 찾아야 한다.”

―그 천재성이란 어떤 것인가?

“꿈을 찾고 이루는 열쇠다. 자, 이제 4개의 항목을 주겠다. 4개 중 2개를 꼽아보면 된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것, 둘째 내가 지금 잘하는 것, 셋째 내가 정말 잘하고 싶어서 시간만 있으면 노력하게 되는 것(지금 당장은 잘하지 못하는 것이라도 상관없다), 넷째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 것. 이 4개 중에 열쇠는 첫째와 셋째다. 첫째와 셋째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게 바로 꿈을 찾는 열쇠고, 당신만의 천재성이다.”(실은 책을 보면서 나도 2개를 꼽아봤는데 첫째와 셋째가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셋째 항목이 나를 안심시켰고, 새로운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정말 열쇠인 것일까?)

―그래도 꿈은 여전히 현실의 반대말이다.

“병원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이 있느냐고 물으면 ‘이 나이에 꿈은 무슨…’이라고 하면서도 질문을 받는 순간 몸과 마음에 뭔가 ‘출렁∼’ 하고 파도가 일렁이는 것이 느껴진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허기와 갈증이 있는 것이다. 시간이 없고, 돈이 없다는 얘기도 많이 한다. 그런 분들께 하는 말이 있다. ‘비록∼’ 리스트를 한번 써보라고 한다. ‘비록’ 내가 나이는 많지만, ‘비록’ 내가 지금은 시간이 없지만, ‘비록’ 내가 지금은 돈이 없지만, ‘비록’ 내가 지금은 공부를 못하지만, ‘비록’ 내가 외모는 좀 떨어지지만…. ‘비록’이야말로 꿈을 이루는 동력이다. ‘비록’이 있어야 그 사람의 신화가 돋보인다.”

―채 원장이 자주 강조한다는 ‘비 좋아 하하’의 그 ‘비’가 ‘비록’인가?

“그렇다. 그런 수많은 ‘비록’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하’늘이 돕는다. 꿈을 찾은 사람들의 강연을 들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정말 그만두고 싶은 때가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그때 법이 바뀌었다든지, 또는 제도가 바뀌었다든지, 아니면 어떤 인연이 나타났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운 일들이 생긴다. 그걸 ‘일치현상’이라고 한다.”

그녀 개인의 경험이 ‘일치현상’에 대한 믿음을 더 강화시켰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2000년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당시 현대 의학을 뛰어넘고 싶었다고 했다. 지금 그녀의 병원을 찾는 사람들처럼 꿈에 대한 허기와 갈증으로 심하게 홍역을 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년 반이나 치료를 하지 않았다. 암은 목과 림프샘으로 전이됐다. 수술을 결심했지만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는 않겠다고 버텼다.

주치의인 삼성서울병원의 양정현 교수는 “그건 토일렛 수술(Toilet Surgery)일 뿐”이라며 후배의 고집을 안타까워했다. 의미 없는 수술이라는 뜻이다. 유방암 치료의 권위자인 양 교수는 4일 그때 일을 얘기하며 “채인영 선생도 의사인데…당혹스러웠다. 그런데 남편인 나 교수도 찬성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기 몸의 면역력을 강화해 병을 이겨내는 ‘자연치유’를 선택했다. 대체의학의 하나다. 그녀는 “나중에 알게 됐지만 자연치유의 자연은 nature가 아니라 spontaneous였다. 우리 몸에는 자신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라고 했다. 수술을 받은 게 2002년. 벌써 5년 생존을 넘어 10년 생존에 가까이 가 있다.

그녀는 “하지만 나는 현대 의학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나처럼 항암 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지 말라고 권유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결정은 개인 선택일 뿐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그녀가 자연치유 과정에서 경험한 ‘일치현상’들이 매우 특별하긴 해도, 일치현상은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뤄가는 도정에서 “돌이켜보면 그때 그 일(사건)이 그냥 우연만은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하는 그런 것 아닐까?

―다시 베이비 붐 얘기를 좀 하면, 퇴직 시기는 전 세대와 비슷하거나 더 빨라졌고, 살아가야 할 세월은 훨씬 더 길다. 그런 면에서 보면 베이비붐 세대에게 꿈 찾기란 로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사람의 욕구에 5단계가 있다고 했다. 첫째가 의식주 같은 생리적 욕구고 둘째가 안전에 대한 욕구, 셋째가 사회적 욕구, 넷째가 성취감 같은 자기존중 욕구, 그리고 다섯째가 자아실현 욕구다. 우리 부모 세대는 1, 2단계 욕구를 해결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에 꿈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베이비 붐 세대는 다르다. 과도기 세대이긴 하지만 3단계까지는 해결된 세대이기 때문에 자기존중과 자아실현 욕구가 강하다. 재테크보다 더 중요한 게 스스로 꿈 PD가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 세대는 4단계 욕구도 넘어서 있다. 그만큼 진화한 세대다. 그에 맞게 대해야 한다.”

―진화한 세대? 그럼 아이들의 문제가 다섯 번째 욕구 때문이란 말인가?

“대학생 아들이 하나 있다고 했는데 혹시 꿈을 물어본 적이 있나.”

―없는 것 같다. 괜히 부담을 줄까봐 지켜보기만 했다.

“지켜만 보지 말고 편안한 자리를 마련해 단도직입적으로 한번 물어봐라. 나는 남편이랑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남편의 꿈은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남편과 꿈 얘기를 하다보면 놀랄 때가 있다.”

―병원 있는 곳이 이른바 ‘사교육 1번지’라고 할 만큼 교육열풍이 강한 곳인데, 초중고교생들도 많이 오나?

“나는 중학생들부터 본다. 여기 오는 아이들 중엔 가수가 되겠다는 아이도 많고, 힙합을 좋아하는 아이도 많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꿈이 꼭 가수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 경쟁 때문에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머릿속이 뒤엉켜 있는 경우가 많다. 가수나 힙합은 그냥 그 속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요즘 알게 됐는데 특히 힙합은 대부분이 꿈을 노래하는 가사들로 돼 있더라. 재미있는 것은 함께 온 부모들이 나와 얘기하면서 부모들 스스로 꿈을 찾아가면 애들도 변하더라는 것이다. 별 얘기도 안했는데 아이들이 편안해하면서 자기 길을 가더라는 것이다.”

김창혁 전문기자 chang@donga.com@@@@@@@
@@@@@@@

:: 채인영 원장의 꿈찾기 도움 지침 ::

당신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1.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가? 떠 오르는 대로 다 써 보세요.
2.그중에서 가장 간절한 꿈 하나를 정해 보세요. 꿈이란 못 견딜 정도로 간절하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이면 됩니다.
3. 그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몇 % 확신하고 있습니까?
4. 100% 확신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생의 목표 설정을 위한 질문들.

1. 앞으로 1년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을 때 무슨 일을 꼭 하고 싶은가요?
2. 복권에 당첨되어 갑자기 많은 돈을 얻게 되었다면 무슨 일을 꼭 하고 싶은가요?
3.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으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시도해 보지 못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4. 자신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할 수 있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5. 자신에게 가장 큰 자부심과 만족감을 주는 일은 무엇인가요?
6. 나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7.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 7가지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면서 동시에 꼭 실천해 보고 싶은 절대적인 인생의 목표를 세 가지만 적어 본다면?

이 세가지 중에서 가장 간절한 꿈은 무엇인가요?
하나를 고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