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혜택 급감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식품을 기부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푸드뱅크’도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설치된 푸드뱅크는 407개. 이곳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저소득층 회원에게 식품을 제공하거나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 실업자 등 소외계층에 생필품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물가급등은 식품 기부자의 손도 얼어붙게 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중구 푸드마켓’ 매장을 찾은 조모 할머니(80)는 한참을 망설이다 국수와 김만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조 할머니는 “진열대에 홍초 스파게티면 돈가스 소스 등 나에게는 별 소용이 없는 것만 있었다”며 “몇 달 전만 해도 식용유 고추장 된장 등 서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다 있었는데 지금은 가져갈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푸드마켓 진열대는 최근 급격히 뛴 물가로 곳곳이 빈자리를 드러내고 물건 수도 줄어든 상태. 물가가 오르자 식품을 기부하는 업체가 공급을 중단하거나 수량을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 푸드마켓은 지난해 10월 2614만 원어치의 물품을 기부받았지만 이후 그 수치가 곤두박질쳐 지난달에는 870만 원가량의 기부품만 받았다. 동대문 푸드마켓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물가가 오르면서 동네 빵집에서 제공하는 빵이 3개월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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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 푸드마켓도 얼마 전 놓여 있는 대형 냉장고 2대 중 1대의 전원을 껐다. 얼마 전까지 음료업체들이 음료수를 제공해 두 냉장고가 다 찼지만 두 달 전부터 원가절감을 이유로 지원이 일부 끊겼다. 육류용 냉장고도 마찬가지. 지난해엔 항상 가득 차 있었지만 이제는 절반을 채우기도 힘든 상태다. 이곳을 찾은 김모 할머니(65)는 “물가가 올라서 생필품을 밖에서 사는 게 더 어려워졌다. 여기서 고기를 못 구하면 우리 같은 서민은 고기 먹는 건 꿈도 못 꾼다”며 한숨을 지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한우를 파는 이민성 씨는 “지금은 물량도 없고 값이 올라 장사도 안 되고 힘들다. 안타깝지만 전처럼 고기를 기부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news@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