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영화 '메카닉'의 깔끔한 액션 매력
●어렵고 무겁고 진부한 것이 피곤할 때 만나는 '팝콘영화'
우리는 액션 영화에 무엇을 바라는가.
<쉰들러 리스트>와 같은 뜨거운 감동도,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같은 지독한 긴장감도, <트와이라잇>과 같은 말랑말랑한 로맨스도 아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시원하고도 짜릿한 액션.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액션 영화에 기대하는 것이다.
‘아드레날린 24’ ‘트랜스포터’ 에서 파워풀하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던 근육질 배우 스타뎀이 ‘메카닉’으로 돌아왔다.
■관객들이 원하는 명쾌한 '액션 영화'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스승이자 오랜 친구인 해리(도널드 서덜랜드)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를 모르는 해리는 비숍의 말대로 움직이지만, 결국 자기를 죽이려 하는 것이 비숍인 것을 알고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의 죽음 후 아들인 스티브(벤 포스터)가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비숍을 찾아온다.
비숍은 스티브를 받아들여 훈련을 시키고 한 팀이 된다. 함께 미션을 해결해나가면서 그들 사이에는 어느덧 우정도 쌓여간다. 하지만 우연히 해리의 죽음이 거짓으로 꾸며진 음모임이 드러나면서 이들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새로운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너무 단순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적절하게 깊이 있는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잔인하게 죽이는 킬러가 아닌 조용히 증거를 남기지 않는 치밀한 작전의 모습이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는 영화다.
또한 이 작품은 최근의 일반적인 액션영화와는 그 지점을 조금 달리하기도 한다. 바로 아날로그적인 액션 덕분이다. CG에 기대어 점점 더 화려하고 스펙터클 해지는, 그러나 그만큼 더 가볍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최근 액션영화의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고 초고층 빌딩에서 낙하하며 물 속에서 목표물을 질식시키는 고난위도의 장면 모두, 대역의 도움 전혀 없이 배우들이 직접 몸을 던져 소화해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액션은 판타지적 볼거리라기 보다는 땀 냄새 가득한 마초들의 것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
■제이슨 스태덤이라는 걸출한 액션 배우
그리고 이러한 '날 액션'의 중심에는 제이슨 스태덤이라는 걸출한 액션 배우가 있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대머리 배우'라는 앙증맞은(!) 별명을 가진 이 배우는 촉망 받는 액션 스타답게 힘 있고도 강렬한 액션을 보여준다. 인상 깊었던 데뷔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이후 <이탈리안 잡> <아드레날린 24> <트랜스포터> 시리즈 등 액션 영화만으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 온 배우답게, 그에게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묵직한 액션 카리스마가 넘친다.
영화 속 보안요원들뿐 아니라 관객의 허까지 찌르는 이 시퀀스는 영화 초반 관객들의 시선을 단 번에 사로잡는다. 그러고 보면 그가 등장하는 영화에 유난히 물과 관련된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상대역을 맡은 벤 포스터는 이 영화가 주는 새로운 발견이다. 그는 킬러 영화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유약한 몸과 복잡한 표정을 지녔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이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을 가졌으면서도 동시에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스티브라는 인물에 더욱 적합하게 들어맞는다. 그는 시종일관 불안정하면서도 분노에 찬 듯한 눈빛을 보여주는데, 이는 차갑게 절제된 모습의 제이슨 스태덤과는 완벽한 대조를 이루며 자칫 붕 뜰 수도 있었던 영화 전반에 기묘한 균형감을 준다.
스티브의 이런 캐릭터는 영화 후반 반전을 이끌어내는 단초로도 작용한다. 그에게는 방황하는 십대 청소년의 앳된 수줍음과 처음 사냥에 나선 어린 사자의 사나운 발톱이 공존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중적인 캐릭터는 의리보다는 배신, 우정보다는 복수라는 이 영화의 메시지로 이야기를 귀결시킨다. 변명이란 없다. 마치 원작의 제목이 <냉혈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듯 말이다.
■<콘 에어>와 <툼 레이더>의 성공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신작 ‘메카닉’은 팝콘 영화의 정석을 보여주는 영화다.
주인공 혼자 18대 1로 악당들을 상대한다던가 라이트급 체구로 헤비 웨이트급 킬러를 제압하는 장면 등은 액션 영화의 오랜 클리셰이지만, 그의 영화에 'B급'이라는 말이 붙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잔향은 없다. 그러나 개운하다. 뻔하지만, 그래도 통한다.
정주현 / 영화진흥위원회 코디네이터 janice.jh.ch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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