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군사실무회담 보안조사
하지만 당장 조사 대상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보안조사의 배경이 무엇이냐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이 군사실무회담을 결렬시키면서 ‘결렬 원인은 남측 언론의 보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정부 외교안보 정책결정 라인이 북측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 회담 결렬 당시 어떤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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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이 지적한 것은 지난달 8일의 실무회담 상황을 전한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언론은 회담 첫날 북측 대표단이 “밤을 새워서라도 (대화를) 계속하자”며 강한 성사 의지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북한이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야겠다는 분위기였다’ ‘몸이 달긴 달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당국자들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이 보도를 본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 대표들의 모습을 지나치게 묘사한 언론 보도가 (회담 결렬에) 영향을 줬다”고 잘라 말했다. 한 당국자는 “북한 대표들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라는 남측 의제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리한 언론 보도까지 나오자 평양으로 돌아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판을 깼어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측은 지난달 10일 오전 조선중앙통신 ‘공보’를 통해 회담 결렬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하면서 “(남측은) 북측의 고위급 회담 수석대표로 특정 인사가 나오면 안 된다는 주장을 언론에 흘렸다”는 등 남측의 ‘언론 플레이’가 주요 결렬 사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 청와대의 보안조사 지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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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는 군사실무회담과 고위급 군사회담 등으로 남북대화를 진행한 뒤 북핵 6자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기로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약속한 상황에서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 몹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보안조사의 배경을 분석했다.
특히 남북대화가 고위급 회담 단계에서 결렬됐다면 양측의 생각이 달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일정과 의제 정도만 합의하는 실무회담 단계에서 좌초된 상황인 데다 북측도 ‘언론 플레이’ 문제를 적극 제기하면서 급기야 보안조사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태도는 언론 보도와는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누군가가 북한의 태도를 실제보다 나쁘게 묘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의 태도가 꽤 적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언론 보도처럼 회담 성사를 위해 애걸하는 듯한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 대북 실무자들 군기잡기용?
이번에 보안조사를 받은 당국자 29명은 대부분 국방부와 통일부에서 군사실무회담의 CCTV 화면을 보고 상황을 정리해 장관 등 수뇌부에 보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은 실무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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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평양에 있는 남북한 지휘부가 판문점 남북회담장에 각각 설치한 CCTV를 통해 회담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남측의 경우 판문점에서 나온 광케이블은 청와대와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 대략 네 갈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00년 5월에는 남북 협상 대표들이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장면이 실무자의 기계조작 잘못으로 청와대 기자실 TV로 방영된 적도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