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상태 빠르게 회복… 취재진 앞에서 ‘여유’
38일만에 웃은 캡틴 “국민께 감사드립니다” 1월 21일 해군의 ‘아덴 만 여명작전’ 때 해적의 총격을 받고 쓰러진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이 38일 만에 의식을 완전히 되찾았다. 28일 깨어난 석 선장은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며 농담을 건넬 정도로 회복됐고 머리 염색도 했다. 의료진은 “현재 석 선장은 미음을 먹고 있으며 상체 일부를 움직일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수원=사진공동취재단
다음은 석 선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심경은.
“국민 모두가 신경을 써준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 저도 빨리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큰일은 아니지만 지휘관으로서 의무와 도리를 다한 것이다. 지휘관이니까 목숨을 걸고 한 것이고 국가적으로 손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적의 수중(해적 본거지)에 배가 들어갈 때까지는 선장에게 마음대로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총부리를 목에 겨눠도 이불을 뒤집어쓴 채 헌 종이에 ‘배를 고장 내라’고 적어 선원들에게 건넸다.”
―해적에게 얼마나 맞았는지.
“죽이겠다고 위협하며 겁을 많이 줬다. 하지만 구타당한 적은 별로 없다. 다만 배를 고장 낸 것이 발각돼 젊은 해적 2명에게 주먹으로 등을 맞은 적은 있다.”
―총격 순간을 기억하는지.
―총상이 심했는데.
“청해부대원을 만난 뒤 왼팔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손을 다쳤습니다. 헬기를 불러 주세요’라고 말했다.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지 병원에서 ‘아주 좋지 않다.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의식을 잃었다.”
―지금 가장 불편한 부분은.
“(기관지를 절개한) 목과 손, 팔다리 등 전신이 보시다시피 다 자유롭지 못하다. 대소변도 비정상이다.”
“기억이 안 난다.”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분이 정말 좋다. 국민에게 감사드린다. 아내에게 ‘제2의 생명을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같이 잘해 보자고 말했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병원 규칙대로 식사하겠다(석 선장은 현재 미음을 먹고 있다). 그래도 내가 부산사람 아닌가. 머릿속에는 겨울철이니 (생선)회가 생각난다. 산낙지도 먹고 싶다.”
1월 21일 해군의 ‘아덴 만 여명작전’ 때 해적의 총격을 받고 쓰러졌던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 사진공동취재단
“선원들이 찾아온 것은 기억이 없다. 다만 7명이 무사히 다녀갔다는 것을 들어서 알았다. 무사하다니 지휘자로서 기분이 좋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한마디.
“외국(정부)과 현장(청해부대원), 국민 여러분이 일심동체가 돼 모든 것(구출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원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걸 듣고서는 ‘내 작전이 맞았구나’ 생각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전이 아니냐.(웃음)”
석 선장은 20여 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이었다. 오른팔은 물론 깁스를 한 왼팔도 어느 정도 움직이며 몸 상태도 좋아 보였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이번 주 중 석 선장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길 예정이다. 이후 양 다리와 왼팔 등 총상으로 골절상을 입은 부위를 본격적으로 치료할 계획이다. 석 선장 주치의인 이국종 교수(외상외과)는 “피랍 과정에서 선장님이 보여준 용기를 생각하면 존경심과 경외감까지 든다”며 “이런 훌륭한 분을 가까이 해서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